엘파바와 글린다, 이들의 결말이 궁금하다면… ‘위키드: 포 굿’

입력 2025-11-20 01:37
영화 ‘위키드: 포 굿’에서 서쪽 마녀 엘파바(오른쪽)와 착한 마녀 글린다가 대립하는 장면. 피예로 왕자와의 삼각관계, 엘파바 동생 네사로즈의 죽음 등으로 갈등하던 두 인물은 결국 진정한 우정을 찾아간다. 존 추 감독은 “슬픔 속 희망이 공존하는 진실된 이야기로 관객이 깊은 감정을 체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의 적을 악한 존재로 만들어내는가’

1995년 출간된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 ‘위키드’는 이런 메시지를 던졌다.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현대사회를 비유와 상징으로 날카롭게 비판했다. 피부색이 초록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버지에게마저 버림받은 엘파바가 그 중심에 있다. 소설을 토대로 2003년 초연된 동명 뮤지컬은 원작의 뼈대를 유지하면서 두 여성의 우정과 성장을 그린 환상동화로 재탄생했다. 지난해 영화로 제작된 작품은 소설의 주제의식과 뮤지컬의 볼거리를 한데 묶어 성공적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1편 격인 영화 ‘위키드’(2024)는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국내 관객 224만명을 동원했고 글로벌 누적 수익은 7억5600만 달러(약 1조1086억원)를 넘겼다. 미국 브로드웨이 원작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 중 ‘맘마미아!’(200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흥행 기록이다. 1편이 큰 사랑을 받은 만큼 2편에 대한 기대도 상당했다. 19일 개봉한 ‘위키드: 포 굿’은 개봉 전부터 50%에 달하는 압도적 예매율을 보이며 사전 예매량만 19만장을 넘겼다.

두 영화는 뮤지컬 1막과 2막을 각각 다뤄 하나의 서사를 완성한다. 오즈의 최고 권력자인 마법사(제프 골드브럼)의 실체를 알게 된 엘파바(신시아 에리보)와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가 서로 다른 선택을 하며 마무리된 1편 이후 이야기가 ‘위키드: 포 굿’에서 펼쳐진다. ‘민심을 모으려면 공공의 적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시즈 대학 총장 마담 모리블(양자경)은 자기 뜻을 따르지 않은 엘파바를 ‘사악한 서쪽 마녀’로, 자기와 한배를 탄 글린다를 ‘착한 마녀’로 내세워 여론을 조작한다.

1편이 정반대 성향의 엘파바와 글린다가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그렸다면 ‘위키드: 포 굿’에선 엇갈린 운명에 놓인 두 인물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성장해 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이들은 편견과 벽을 넘어서는 용기를 몸소 보여준다. 엘파바는 대중의 증오와 멸시에 굴하지 않고 마법사의 실체를 폭로하며 탄압받는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글린다는 하늘을 나는 ‘버블’을 타고 특권을 누리던 삶에서 벗어나 불평등한 현실을 마주하기로 결심한다.

도로시와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가 등장하며 같은 세계관인 ‘오즈의 마법사’와 연결되는 후반부 서사가 흥미를 더한다. 다만 엘파바와 글린다의 갈등이 풀리는 과정이나 마법사와 마담 모리블의 몰락은 전개가 촘촘하지 않아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이런 서사의 아쉬움을 상쇄할 정도로 영화의 시청각적 쾌감이 크다. 배우들의 연기는 두말할 것 없다. 아카데미 미술상·분장상에 빛나는 화려한 볼거리, 원작의 훌륭한 넘버와 신곡을 아우른 OST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원작 넘버 작곡가 스티븐 슈워츠가 엘파바의 ‘노 플레이스 라이크 홈’, 글린다의 ‘더 걸 인 더 버블’을 새로 만들었다. 후반부 엘파바와 글린다가 함께 부르는 ‘포 굿’은 원작에 버금가는 감동을 선사한다. 엘파바 역의 배우 신시아 에리보는 “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자신이 믿는 것을 끝까지 지켜내는 용기를 줬으면 한다”면서 “우정은 변할 수 있고 성장하며 형태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쉽게 부서지진 않는다”고 전했다. 러닝타임 137분, 전체 관람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