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복되는 고령 운전자 급발진 사고, 더는 방치할 수 없다

입력 2025-11-20 01:10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 인천소방본부 제공

최근 고령 운전자의 급발진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60~70대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잘못 밟아 발생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으니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고령이 되면 인지 능력과 반응 속도가 떨어지고 사고 위험도 높아진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지금 더는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문제다.

경기도 부천 전통시장에서 1t 트럭이 돌진해 2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인천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이 고령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숨졌다. 인천의 한 주차장에서도 승용차가 갑자기 인도로 돌진해 30대 여성과 두 살 딸이 크게 다쳤다. 아무 잘못도 없이 횡단보도나 길을 걷다가 날벼락을 맞은 피해자와 유족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다.

사람의 인지 능력은 60세 전후부터 감소하고, 신체 능력은 그보다 먼저 떨어진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는 최근 4년 사이 36% 넘게 증가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최근 5년간 급발진이 의심된 사고 400여건을 분석한 결과, 86%가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때문이었다. 일본은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자 차량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장착을 장려했고, 신차의 90%가 이 기능을 갖추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29년부터 이 장치를 의무화할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사고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도입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술 대안도 검토해야 한다. 미국 일부 도시에서는 이미 자율주행 택시가 상업 운행 중이며,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동 서비스도 가까워지고 있다. 고령 운전자의 사고를 줄일 장기적 해법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다. 면허 반납만 요구하는 것으로는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 고령 운전자의 안전을 뒷받침할 기술적 장치와 제도적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