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자처럼 직장생활… 책상 앞에서도 예배는 계속된다

입력 2025-11-22 03:01
게티이미지뱅크

주일엔 뜨겁게 찬양하고 기도해도, 월요일 아침 출근하면 보통의 직장인이 되기 마련이다.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전날 교회에서의 열정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교회 밖에서도 신앙인의 모습이어야 한다’는 말을 모르지 않지만, 이를 실제 삶 속에서 실천하는 건 다른 문제다. 이런 현실을 사는 직장인에게 신앙을 지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 질문에 자신의 삶으로 답하는 이들이 있다.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는 한휘진(49) 과장과 대기업 LG전자에서 근무하는 김영찬(48) 책임이다. 두 사람이 직접 기록한 일과 속엔 직장이라는 일상 공간에서 신앙을 드러내며 살아가는 실천 방식이 담겨 있었다. 두 사람의 지난 한 달간 일상을 일주일의 흐름으로 재구성해 정리했다.

카이스트 출신 공무원의 신앙 일기
‘용서받은 죄인’ 서울시 공무원 한휘진 과장

서울시청에서 지하안전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카이스트에서 건설·환경공학을 전공하고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들어왔다. 20년 가까이 도로관리, 재건축, 도시개발 등 여러 부서를 거쳐 현재는 서울시 지반침하 대책을 총괄한다. 재직 중에는 KDI 국제정책대학원,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뉴욕대 스턴경영대에서 석사를 취득해 ‘학구파’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스스로를 ‘용서받은 죄인’이라 부른다. 여전히 부족한 사람이지만 예수님께서 내 죄를 덮으시고 의인으로 불러주셨다는 믿음 때문이다.

월요일

아침 8시 시청 회의실에서 예배로 하루를 시작한다. 말씀과 기도로 마음을 새롭게 하며 정책과 행정이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인원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이 시간은 하루를 바로 세우는 중요한 순간이다. 잠언 20장 말씀을 붙들고 험담을 경계하며 악은 하나님께 맡기기로 다짐했다. 업무 속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다시 중심을 잡는다.

화요일

예전 동대문구청에서 함께 전도하던 형제들과 저녁을 나누었다. 오랜만에 칼국수를 먹으며 대화하던 중 한 형제가 직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에 그때 받은 하나님의 위로를 나누며 서로 격려했다. 크리스천이라고 해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순간 어떤 마음으로 대처하는지를 하나님께서 지켜보신다는 것을 기억한다. 예수님의 산상수훈을 떠올리며 상대를 위해 기도하고 용서하는 것이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살아가는 길임을 다시금 마음에 새겼다.

수요일

점심 기도회에서 시청과 시의회 직원들이 함께 모였다. 여섯 명이 말씀을 나누며 업무 속에서도 하나님의 동행하심을 구했다. 일터 사역을 하는 김준성 선교사님과 함께 인도하는 이 모임은 규모는 작지만 깊은 연결과 회복을 경험하게 한다. 예배 후에는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함께했고, 저녁에는 최근 새롭게 시작한 공동체 성경 읽기를 통해 창세기와 시편 말씀을 묵상했다. 하나님의 사랑과 인간의 연약함을 되새기며 말씀 속에서 새 힘을 얻었다. 퇴근길엔 카카오톡으로 묵상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이 하루를 정리하는 귀한 은혜가 됐다.

지난달 30일 서울시청 본당에서 열린 서울시 및 자치구 기독 공직자 연합예배의 장면. 서울시청 한휘진 과장도 함께했다. 한휘진 제공

목요일

아침부터 쉽지 않은 하루였다. 업무가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무너졌다. 받은 스트레스를 미움으로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오후 회의는 일부러 카페에서 하자고 제안했다. 작은 선택 하나가 하루의 흐름을 달라지게 한다는 걸 또 느꼈다. 점심에는 목요 모임으로 말씀과 나눔을 이어갔고, 저녁에는 서울시 연합예배에 참석했다. 시청과 자치구, 기관의 신우회가 함께 모여 예배드리며 각자의 자리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아갈 힘을 얻었다. 오랜만에 만난 목사님들, 동료와 교제하며 신앙을 지켜온 시간을 나누고 서로를 격려했다. 이 자리를 통해 다시금 사명의 마음을 새기며, 일터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흘려보낼 수 있길 기도했다.

금요일

아침기도에서 잠언 25장을 나누며 지난날의 험담을 회개했다. 말씀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삶을 변화시키는 힘임을 깨달았다. 마태복음 25장을 붙들고, 직장에서 가장 작은 자를 돌보는 것이 곧 주님께 드리는 사랑임을 고백했다. 어려운 동료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배려가 하나님의 마음을 전하는 통로가 되기를 기도했다. 점심에는 시청과 시의회 직원들과 함께 기독교 역사 강의를 들었다. 신앙의 뿌리를 다시 확인하며 일터에서 믿음을 지켜갈 힘을 얻었다.

구호단체와 대기업, 두 자리서 빛나는 신앙
구호 사역 앞장 LG전자 김영찬 책임

나는 LG전자 경영관리 전략부문에서 22년째 일하고 있다. 목회자의 아들로 자라 한동대를 졸업한 뒤 입사했고, 미국 보스턴에서 MBA를 마쳤다. 폴란드 법인에서는 CFO로 일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난민 지원 활동에 참여했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비영리 사단법인 ‘솔나무’를 통해 국내외 구호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일터와 사역의 경계를 허물며 일상 속에서 복음을 살아내려 애쓴다.

월요일

새벽 4시50분에 일어나 교회로 향했다. 역대하 34장을 묵상하며 요시야처럼 하나님께서 우리를 택하시고 사용하신다는 은혜를 되새겼다. 셔틀버스를 타고 오는 출근길엔 묵상 내용을 정리해 지인과 동료에게 나눴다. 오전 8시10분 회사에 도착해 신우회 아침 기도회에 참석했다. 나라와 회사, 동료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책상에는 이사야 58장11절 말씀이 붙어 있다. 지난해 LG전자 ‘트윈사우회’ 회장을 맡으며 직장에서 물댄동산 같은 역할을 다짐했던 구절이다.

화요일

오늘은 신우회 순모임이 있는 날이다. 점심시간에 회의실에서 순장과 순원들을 만나 한 주간의 삶과 은혜, 어려움을 나누고 서로의 기도 제목을 위해 함께 기도했다. 직장에서 이런 교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감사였다.

퇴근 후에는 인천의 한 교회 청년부 전도학교에서 ‘일터에서의 선교적 삶’을 주제로 강의했다. 실제 경험을 나누며 청년들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격려했고, 누구나 일터에서 선교사처럼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수요일

오늘은 수요예배가 있는 날이다. 15층 회의실에서 찬양을 인도하며 예배를 시작했다. 여의도 섬길교회의 박경준 목사님이 말씀을 전했다. 20여명의 신우회 직원이 함께 기도하며 은혜를 나눴다. 예배 후 광고 시간에는 지난 추석 연휴에 다녀온 아프리카 선교 경험을 나누었다.

폴란드 주재원 시절 품었던 난민 구제의 비전은 지금 ‘솔나무’ 사역으로 열매를 맺고 있다. “내가 하나님의 일을 하면 하나님이 내 일을 하신다”는 믿음을 붙들며, 직장 속에서도 선교적 삶을 실천하고 있다.

LG전자 김영찬 책임이 최근 여의도 직장인들과 드린 연합예배에서 찬양을 인도하는 모습. 김영찬 제공

목요일

LG전자 연례 야유회가 있었다. 부서 동료 5명이 회사 근처 볼링장에서 팀워크를 다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침 커피타임으로 하루를 열고, 운동을 통해 하나 되는 경험을 나눴다.

오후에는 사단법인 솔나무가 다른 기관과 맺은 업무 협약식에 참석했다. 오는 24일 대만에서 열리는 한 포럼에서 ‘일터에서의 선교적 삶’을 주제로 발제할 예정이라 그 부분도 준비했다. 휴가를 선교에 쓰는 게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 나는 그 시간을 통해 오히려 삶의 방향을 다시 세우고 새로운 힘을 얻는다.

금요일

평소 금요일은 바이블 런치로 샌드위치와 김밥을 먹으며 말씀을 묵상한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특별했다. 내가 강연한 교회의 청년들, LG기독신우회, 섬길교회 성도 등 35명이 여의도공원에서 거리 전도를 했다. 전도 후 함께한 식사는 은혜와 기쁨이 더해져 더 맛있게 느껴졌다.

저녁에는 섬길교회에서 LG그룹 신우회 직원이 모여 연합예배를 드렸다. 내가 기획하고 찬양을 인도하며 성령의 은혜를 깊이 경험했다. 박경준 목사님은 마지막 때 믿음을 지키는 중요성을 강조했고 여의도의 복음화를 위해 더 많은 직장인이 함께하기를 기도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