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과 황룡강이 만나는 광주 서구… 은빛 억새 손짓하는 노을 속 나비의 날갯짓

입력 2025-11-20 00:13
광주 서구 서창동 ‘서창감성조망대’ 아래에서 본 해 질 무렵 풍경. 뫼비우스 띠 형태로 설계된 조망대는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나비가 나는 모양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영산강의 장대한 풍경과 탁 트인 들판을 볼 수 있다.

전남 담양군 병풍산에서 발원한 영산강(榮山江)과 전남 장성군 내장산 남측 북하면에서 시작하는 황룡강(黃龍江)은 광주 광산구·서구 일대에서 만난다. 합류 지점이 알파벳 ‘Y’자 모양을 하고 있어 ‘영산강 Y벨트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곳에 최근 새로운 전망 명소가 들어섰다. 서구 서창동 옛 서창포구에 지난달 1일 공식 개장한 ‘서창감성조망대’다. 길이 166m의 보행 전용 다리와 616㎡ 규모 데크, 327m 난간을 갖춘 조망 시설로, 전체 형태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 모양을 하고 있다. 조망대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나비가 날갯짓하며 나는 모습이다.

조망대에 서면 영산강의 장대한 풍경과 탁 트인 들판이 한눈에 펼쳐진다. 조망대 아래 영산강변은 가을이면 억새와 코스모스가 만발한다.

특히 해 질 무렵 이곳을 찾으면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더욱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노을빛으로 물든 하늘과 은빛 억새밭이 어우러져 한 폭의 유화 같은 장관을 연출한다. 은빛 억새가 바람에 춤을 추는 늦가을 서정을 듬뿍 느끼게 해 준다. 노을 가운데 광주공항으로 착륙하는 항공기도 풍경을 더한다. 밤이 되면 LED 라인바 315개와 투광등 16개가 수면과 데크를 은은하게 비춘다.

조망대 옆에는 휴식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나눔누리정원’이 조성돼 있다. 한때 불법 적치물과 쓰레기 등이 방치됐던 공터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 곳이다. 정원은 역사마루와 노을마루로 구성돼 있다. 역사마루는 일제강점기 서창포구의 마지막 뱃사공이자 생전에 나눔을 실천했던 박호련 선생의 나눔과 헌신의 정신을 기리는 공간이다. 나룻배 모양의 쉼터가 만들어져 있고 중앙에는 금목서 나무 한 그루가 심겨 있다. 노을마루는 다양한 문화 활동과 휴식 및 소통의 공간이다. 나눔 무대와 영산강의 모습을 딴 ‘S’자 모양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광주 칠석동에 있는 수령 800년 은행나무. 늦가을 황금빛으로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서창동에서 멀지 않은 칠석동에는 수령이 800년 정도로 추정되는 거대한 은행나무가 황금빛을 자랑하고 있다. 나무의 높이는 약 26m, 둘레는 6.47m에 달한다. 나무의 가지와 잎이 달린 수관의 너비는 동서 30m, 남북 32m로 웅장한 자태를 자랑한다. 전설에 따르면 죽령산 아래 평야지대에 터를 잡은 칠석(옻돌) 마을은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이라고 한다. 사나운 소를 붙잡기 위해 이 은행나무를 심었다고 전해진다.

칠석 마을에는 시와 문장으로 일생을 풍미한 호남 선비들이 아름다운 봄날에 즐겼던 시 모임의 한 장면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정자가 있다. 광주광역시 문화재 자료 제13호로 지정된 부용정(芙蓉亭)이다. 고려 말 조선 초기에 돌산 만호와 순천 부사를 거쳐 전라감사·황해도 관찰사·형조참판을 지낸 김문발(1359∼1418)이 고향으로 돌아와 지은 정자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향약(鄕約)이 시행된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부용정 옆에는 국가 중요 무형문화재 제33호 ‘칠석동 고싸움놀이’ 전수관이 있다. 마을의 거센 터를 누르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상·하촌으로 나눠 고싸움놀이를 시작했다고 한다.

람사르 습지 등록 기준을 충족하는 국가 습지 ‘장록습지’ 전경.

합류 지점에서 황룡강을 따라가면 곧 장록습지를 만난다. 2020년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합류 지점에서 황룡강교까지 거리 8㎞, 면적 2.73㎢가 ‘황룡강 장록습지 국가습지보호지역’이다.

이곳에 멸종위기종인 수달과 삵·새호리기·흰목물떼새를 포함해 총 829종의 야생생물이 서식한다. 억새·갈대, 버드나무군락, 바위섬 등 다양한 서식 환경이 공존해 ‘도심 속 생태 보고’로 꼽힌다. 강줄기 양쪽에서는 은색 물결 출렁이는 넓은 억새밭과 버드나무 같은 나무들이 건강한 생태환경을 이루고 있다.

무등산 해발 약 900m 장불재에 펼쳐진 은빛 억새 군락.

광주를 대표하는 억새 명소로 무등산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장불재 일대가 장관이다. 해발 900m 고지에 펼쳐진 드넓은 평원에 은빛 물결이 넘실거린다.

억새의 바다를 가로질러 낙타의 등을 닮았다는 낙타봉을 지나면 무등산 억새 여행의 백미로 꼽히는 백마능선이 이어진다. 안양산까지 이어지는 은빛 능선길이다. 하늘과 맞닿은 능선을 따라 펼쳐진 억새밭은 구름 위를 산책하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여행메모
떡갈비·한정식… 한 상 차린 남도음식
백양사~내장사 12㎞ 종주 코스 인기

광주 서창감성조망대는 무료로 개방한다. 별도의 주차장은 없지만 주변 도로에 차를 댈 수 있다. 수령 800년 은행나무가 있는 칠성동도 마찬가지다.

광주의 먹거리는 한 상 차려진 남도음식이다. 떡갈비, 한정식, 보리밥, 오리탕, 김치 등이 입맛을 돋운다. 송정 떡갈비는 일반적인 떡갈비와 달리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어 만든 것이 특징이다. 갈빗살을 양념에 재워 숙성한 뒤 숯불에 구워낸다. 달짝지근한 맛보다 담백한 맛을 내는 게 포인트다. 송정동 일대는 떡갈비 골목으로 유명하다.

장성 백암산 산행 코스도 다양하다. 백양사-백학봉-구암사-덕흥리-백양사를 잇는 코스(12㎞), 청류암-사자봉-상왕봉-백학봉-학바위-백양사 코스(14㎞), 백양사-운문암-상왕봉-백학봉-학바위-백양사 코스(12㎞) 등에서 하나를 골라 가을산행을 만끽할 수 있다. 네 다섯 시간이면 각 코스를 완주할 수 있다.

백양사에서 내장사로 이어지는 종주코스도 인기다. 백양사에서 약사암을 거쳐 백학봉~상왕봉~순창새재~소둥근재~까치봉을 지나 내장사로 하산하는 코스다. 12㎞ 남짓 되는 거리에 7시간 이상 소요된다.



광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