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론스타에 완승… 4000억원 안 줘도 된다

입력 2025-11-18 23:57
2006년 서울 역삼동에 입주해 있던 론스타. 연합뉴스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13년간 이어진 국제소송전에서 완승했다. 배상금과 이자 등 약 4000억원을 론스타에 지급해야 할 의무가 완전히 사라졌다. 중재 절차 과정에서 적법 절차 위반이 상당히 중대하게 발생했다는 점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법조계는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한, 국제적으로 흔치 않은 승리라고 평가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8일 긴급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오후 3시22분쯤 미국 워싱턴DC 소재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 제도(ISDS) 취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적법 절차 위반 등 우리 정부가 제기한 문제가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쟁점에서 정부가 모두 승리한 셈이다. 론스타는 우리 정부가 최소 절차에 들인 소송 비용 73억원도 30일 내에 지급해야 한다. 김 총리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정부 관련 부처가 적극적으로 소송에 대응한 결과”라며 “국가 재정과 국민 세금을 지켜낸 중대한 성과이며 대한민국의 금융감독 주권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은 “중재 절차는 단심제여서 중재법상 아주 소수의 취소 근거만을 제공하고 있다”며 “취소 신청의 근거로 중재판정부의 권한을 유월(월권)했다는 부분과 중대한 적법 절차 위반, 판정의 근거를 제대로 설시하지 않았다는 세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취소위원회는 3인의 국제 중재분야의 저명한 취소위원들로 구성돼있다”며 “2023년 신청을 제기한 뒤 지난 1월 영국 런던에서 3일간 구술심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취소위원들이 적법 절차 위반에 대해 상당히 많은 질문을 한 게 사실이고, 긍정적인 느낌을 받은 바 있다”고 덧붙였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올해 1월은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부재하고 법무부도 굉장히 어렵고 혼란스러웠던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흔들림 없이, 일사분란하게 잘 대응해서 최종 구술 변론을 통해 중재 재판관들을 잘 설득했다”고 강조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정부의 위법행위가 전혀 없었음에도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던 기존 중재판정의 오류가 바로 잡혔다”며 “환영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론스타는 1997년 IMF 외환위기로 경영난을 겪던 외환은행 지분 51.02%를 2003년 8월 1조3834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2007년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5조9000억원가량의 매각 계약을 체결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와 한국 정부의 승인 지연으로 딜이 무산됐다. 론스타는 2012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7억원에 넘긴 뒤 그해 12월 정부 개입으로 비싼 값에 팔 기회를 잃었다며 정부를 상대로 ICSID 중재재판소에 ISDS를 제기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