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간 손해 배상금을 둘러싼 수조원대 국제소송이 13년 만에 한국 정부의 완전한 승리로 마무리됐다. 기존 판정을 뒤집고 ‘배상금 0원’이라는 결론을 끌어낸 배경엔 정부가 소송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 위반 문제를 파고든 점이 유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정부와 론스타간 소송은 론스타가 2012년 11월 국제투자분쟁 절차에 따라 한국 정부가 46억7950만 달러(약 6조8634억원)를 배상토록 중재해달라는 국제투자분쟁(ISDS) 소송을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제기하며 시작됐다.
앞서 론스타는 2003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경영난에 빠진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834억원에 사들인 뒤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7억원에 매각했다. 론스타는 2조5000억여원에달하는 차익을 남겼지만, 매각 과정에서 한국정부의 개입으로 손해를 봤다며 배상을 요구하는 국제중재 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론스타는 HSBC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려 했으나 정부가 심사를 늦추면서 제값에 외환은행을 팔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시작된 소송의 첫번째 결과는 10년이 지난 2022년 8월에 나왔다. ICSID 중재판정부는 론스타 측의 주장을 일부 인정해 손해배상 청구액의 4.6%인 2억1650만달러(약 2815억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그해 10월 정부는 배상원금이 과다하게 산정됐고, 이자가 중복 계산됐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중재판정부는 2023년 5월 이를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배상금은 2억1601만달러(약 2808억원)로 조정됐다. 정부가 배상해야 할 액수는 7억여원 줄었다.
그러나 론스타와 정부 모두 판정에 불복하며 소송은 이어졌다. 2023년 7월 론스타가, 그로부터 두 달 뒤인 9월엔 정부가 중재판정부 판정에 불복해 취소 신청을 제기했다. 론스타 측은 배상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정부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협약상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법리상 문제점을 발견했다”며 배상액 지급과 관련한 문제를 원점에서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ICSID가 2년 간 숙고 끝에 한국 정부 완승에 손을 들어준 배경엔 정부가 중재판정부의 절차 위반 문제를 파고든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한국 정부가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은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 간 국제상업회의소(ICC) 상사 중재 판정문’을 이번 취소 소송 과정에서 중재판정부가 주요 증거로 채택하고 한국 정부의 변론권, 반대 신문권 등을 박탈해 적법 절차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중재 절차 과정에서 적법 절차 위반이 상당히 중대하게 발생했다는 점이 한국 정부의 취소 신청을 받아들인 결정적인 계기”라며 “올해 1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취소 절차 구술심리에서도 취소위원들이 관련 질문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