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일 관계 냉각으로 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 수출 통제를 단행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10년 금수(禁輸) 사태 이후 일본이 구축해온 ‘탈(脫)중국’ 전략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은 당시 충격을 계기로 희토류 공급망 구조를 대대적으로 손질하며 중국 리스크를 줄이는 데 꾸준히 힘써왔다.
일본은 2010년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갈등 당시 중국으로부터 희토류 수입이 사실상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다. 이를 계기로 일본 정부와 민간 기업은 2011년 호주 업체 라이너스(Lynas)에 2억5000만 달러를 공동 투자하며 ‘탈(脫)중국’ 공급망 확보에 나섰다. 올해 3월에도 프랑스 기업에 1억 유로를 추가로 출자하는 등 공급처 다변화 전략을 이어갔다.
생산 공정을 자국으로 끌어오는 ‘공정 내재화’에도 속도를 냈다. 희토류를 가공해 합금이나 고성능 자석을 만드는 핵심 공정을 일본 내에서 직접 수행하도록 해 공급 차질에 대비한 완충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히타치금속 등 일본 주요 제조업체들은 자동차·전자·로봇 산업에 쓰이는 자석을 국내에서 생산해 일부는 해외로 수출한다.
정부 산하 일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도 희토류를 전략적으로 비축하며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내년 1월부터 일본의 미나미토리시마 인근 해역에서 희토류 시범 채굴을 시작할 계획이다. 일본은 이 해역의 희토류 매장량이 약 1600만t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일본의 희토류 중국 의존도는 2010년 90%에서 최근 60% 안팎까지 낮아졌다. 다만 고순도 화합물 등 일부 품목은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고 정련 공정 상당 부분이 중국에 남아 있어 완전한 자립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조치가 완전한 탈중국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 대응 측면에서 한국이 참고할 만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국은 일본과 달리 정부 주도의 해외 광산투자와 장기공급 계약이 사실상 멈춰 있고, 중간공정 기술 수준이 낮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중국 의존도는 희토류 금속류만 약 80%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주요국과의 복수 협력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9일 “한국은 미국 등과의 대체 공급망 구축에 참여하면서도 비슷한 공급망 리스크에 놓인 일본과의 협력 등으로 중국과 안정적 공급을 확보할 현실적 옵션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