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감축과 AI 사이, 수소발전 주목”… 정부는 모호·업계는 눈치

입력 2025-11-19 00:51

정부가 최근 확정한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서 전력 부문 탄소 배출량을 2018년보다 최소 68.8% 감축하기로 하면서 발전 사업을 하는 에너지 업계의 고민이 커졌다.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대신 재생에너지 발전을 대폭 확대하고 원전도 활용한다는 식의 대응 만으로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을 감당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등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카드로 수소 발전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설비투자 등 막대한 비용 투입이 불가피한 수소 발전에 대해 아직 정부 입장이 모호하다 보니 업계도 눈치만 보는 모양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에너지 관련 보고서에서 수소를 ‘무탄소 유연성 전원(전기에너지 공급 원천)’으로 규정하면서 “정부의 탄소중립 계획 방향성을 유지하면서도 전력 계통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소를 전원으로 활용하는 걸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수소를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보완해 전력망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카드로 소개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일조량이나 풍속 등 자연환경 의존도가 높다 보니 기상에 따라 전력 수급이 불안정하다. 원전은 이런 간헐성에 대응하기에 발전량을 신속하게 늘리거나 줄이는 출력 조절에 한계가 있다. 이에 비해 수소는 필요에 따라 언제든 전기에너지와 열에너지 등으로 전환할 수 있어 이런 점들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18일 “과잉 생산된 재생에너지는 수전해(물을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로 전환할 수 있고 그 수소를 다시 연료전지 등을 통해 전기나 열에너지로 전환해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소는 ‘에너지 캐리어(운반체)’로 불린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바탕으로 2050년 탄소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40년과 2050년 전체 발전량의 16.9~19.6%를 수소 발전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만 높은 발전 단가나 추가 설비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전해 해서 생산하는 ‘그린수소’는 생산 단가가 높다 보니 국내에서는 SK이노베이션E&S와 포스코인터내셔널, 한화파워시스템 등 액화천연가스(LNG) 설비를 보유한 기업을 중심으로 천연가스에 수증기를 반응시킨 뒤 탄소를 포집하는 방식의 ‘블루수소’ 생산을 검토 중이거나 도입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기존 석탄화력발전에 암모니아를 섞어 태우는 혼소 방식으로 생산된 수소도 탄소 배출량만 일정 기준 이하면 ‘청정수소’로 인정하고 전력 당국이 매년 일정량을 의무 구매하도록 했지만 지난달 갑자기 입찰 절차를 중단했다. ‘탈석탄’ 기조와 충돌한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의 약점인 경제성을 보완하려면 정부 지원이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화석연료 퇴출’에만 집착하면 오히려 수소를 활용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