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약속한 ‘2030 메탄가스 30% 감축’ 목표가 현실과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자 각국이 다시 기존의 저렴한 화석연료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17일(현지시간) 발표한 ‘2025 글로벌 메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은 2020년 3억5200만t에서 2030년 5% 증가한 3억690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추세라면 2030년 세계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30% 감축하겠다는 ‘글로벌 메탄 서약’과는 동떨어진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서약 체결 당시 예측했던 2030년 메탄 배출량(3억8300만t)보다는 다소 낮아진 수치이지만 여전히 각국의 공약 이행 수준이 크게 미달되고 있는 상황이다. UNEP는 “검증된 기술적 메탄 감축 조치를 완전히 이행할 경우 여전히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면서도 신속한 조치가 이뤄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은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의 80배가 넘는 강력한 온실가스다. UNEP는 전 세계 메탄 배출량 증가로 2020년 대비 조기 사망자가 약 2만4000명 증가하고 작물 손실은 연간 250만t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2030년 430억 달러(약 63조원)에 달한다.
메탄 배출을 끌어올리는 원인 중 하나로는 AI가 꼽힌다. AI 발달에 따른 전력 소모량 급증으로 전통적인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도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들은 재생에너지 발전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적인 천연가스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등은 천연가스 전력으로 운영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
한국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적 규제를 이어가고 있지만 해외 에너지 수입 시 발생하는 메탄 배출량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2023년 한국으로 수입된 석유·가스 생산 단계에서 발생한 메탄 배출량은 약 3008만t으로 국내 자체 배출량의 18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UNEP는 에너지, 농업, 폐기물 부문에서 메탄 감축 기술을 온전히 적용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UNEP는 “행동에 나서야 할 절박함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며 “에너지 시스템의 탈탄소화 및 메탄 제어 조치 확대, 매립지 가스 회수 시스템 구축, 쓰레기 감축, 식단 변화 등 지속가능한 소비 패턴의 촉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