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에 도전하는 청년농 스타트업 도울 플랫폼 구축해야”

입력 2025-11-19 00:24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17일 열린 ‘청년농을 위한 농축산물 수출, 성공 방정식을 찾아라’ 좌담회에서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경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오른쪽은 문한필 전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윤웅 기자

한국산 농식품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 가능한 수준의 품질을 자랑한다. 실적이 이를 증명한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은 99억8000만 달러(약 14조6406억원)로 역대 최고 기록을 써냈다. 9년 연속 증가다. 100억 달러 이상 수출을 넘보는 올해까지 포함하면 10년 연속 증가라는 대기록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시장을 개방한 뒤 생산자들이 품질 경쟁력을 높인 결과란 평가가 나온다.

FTA로 장벽을 낮춘 해외 시장을 공략할 여지도 많다. 다만 식품 대기업 중심의 가공식품과 달리 개별 생산자 중심의 농축산물은 시장 개척에서 불리하다. 수출을 염두에 둔 청년농의 고민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에 국민일보는 수출이 청년농들에게 기회의 장이 될 방안을 찾고자 ‘청년농, FTA 성공 방정식 찾아라’ 시리즈를 4회에 걸쳐 연재했다. 시리즈 마지막으로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일보에서 전문가 3인(김경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문한필 전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과 함께 좌담회를 열어 그 해법을 들어봤다.

-한국 농축산물의 수출 경쟁력을 평가한다면.

△서진교 원장=수출 강국으로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다. 수출이 굉장히 늘고 품목도 10년 전과 비교하면 굉장히 다양해졌다. 특히 세계인들이 한국에 대한 문화적 관심을 가지면서 당연히 먹거리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중으로 평가된다.

△문한필 교수=일본은 한국보다 인구가 2배 이상 많지만 농산물 수출 실적은 한국의 3분의 2에도 못 미친다. 그만큼 한국이 역량이 있는 거다. 한국이 시장을 개방하면서 품질이 계속 올라왔다. 과일들이 다 맛있어지는 이유가 수입산과 경쟁하기 위한 거였다. 딸기만 해도 일본이 최고였는데 지금은 전 세계에서 한국산이 제일 맛있다.

-그래서인지 수출에 관심이 높은 청년농들이 적지 않다.

△서 원장=국내 시장은 너무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서 청년농 중에는 오직 수출 전용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이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수출 경험이 미약하다. 검역 절차를 비롯해 수출을 위한 아주 기본적인 업무를 알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개인 단위로는 수출하기가 어렵다.

-청년농들의 수출 시장 도전을 돕는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문 교수=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해외 마케터 등을 비롯해 학생들 대상 프로그램이 있다. aT같은 조직 자체가 없는 일본 등의 국가보다 유리한 환경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청년농들을 아우르기에는 한계가 있다. 식품 기업에서 대학생들이 농식품 수출 관련 경험을 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김경필 선임연구위원=식품 기업들도 수출 지원 정책을 강화한 이후 요즘 들어 꽃을 피우는 시기다. ‘과정’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일반 청년들이 이를 수행하기는 쉽지 않다. aT의 상품화 지원 사업이나 파일럿 (해외) 진출 사업 등으로 조금씩 시도를 해보는 식의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서 원장=표준·규격화에 초점을 맞춘 수출전문단지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청년층이 임대 스마트팜 등을 통해 표준화된 생산량 및 품질을 획득하게 하고 이를 한곳에 모아서 수출에 필요한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하는 방안이다. 수출 스타트업이 탄생할 생태계를 만들 필요도 있다. 수출을 위한 기초적인 교육부터 아이템을 어떻게 선정하고 해외 바이어들은 어떻게 파악하는지 등을 한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이 있으면 청년농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가공식품 수출은 청년이 진입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일단 기존 식품 기업들과 차별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한국 기업이 이미 진출한 해외 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할 때 끼워 팔기로 소개하는 식의 상생도 고민해 볼 만하다.

△문 교수=2010년대 중반에 미국 유럽연합 캐나다 등과 유기가공식품 상호동등성 협정을 맺었다. 이후 한국에 해당 국가 유기가공식품이 엄청나게 들어왔다. 반면 한국에서 해당 국가로 수출한 사례는 없다. 대기업들이 이 시장까지 들어가지 않는 만큼 청년농들이 유기가공식품으로 해외 시장을 노리고 이를 지원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부 역할 역시 중요할 것 같다.

△김 선임연구위원=농식품 수출이 증가한다고 해서 반드시 청년농 소득이 증가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 때문에 수출에 관심이 있는 청년농을 어떻게 발굴하고 실패 위험을 가장 줄일 수 있는 품목을 선정해 어떤 지원을 하는 게 가장 효율성이 높고 소득을 올릴 수 있을지에 포인트가 맞춰질 필요가 있다.

△서 원장=정부가 수출과 관련해 청년 수출 창업 기금 같은 거를 만드는 것도 방안이다. 아울러 수출 재해 보험 등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정리=신준섭 김윤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