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시청자와의 약속’으로 내걸었던 정통 사극을 부활시킨다. 내년 하반기 2TV에서 방영될 새 대하드라마 ‘문무(文武)’를 통해서다. 지난 2년여간 TV 수신료 통합징수 중단으로 약 1000억원의 적자를 떠안았던 KBS는 지난 4월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통합징수 재개가 확정될 당시 “매년 대하드라마를 제작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통상 드라마가 방송 직전 제작발표회를 여는 것과 달리 ‘문무’는 1년간 이어질 촬영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KBS 박장범(사진) 사장은 18일 서울 구로구 더 세인트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 직접 참석해 “이달부터 통합징수가 재시행됨에 따라 ‘문무’ 제작이 가능해졌다”며 “대하 사극 명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최선을 다해 만들겠다”고 밝혔다.
KBS는 ‘장영실’(2016) 이후 한동안 정통 사극 제작을 중단했으나 ‘태종 이방원’(2021) ‘고려 거란 전쟁’(2023)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문무’는 통일신라 역사를 본격 조명한다. 약소국 신라가 강대국 고구려와 백제, 당나라를 넘어서 삼한을 하나로 묶어낸 통합의 서사를 그릴 예정이다. ‘화랑’ ‘장영실’ ‘징비록’를 만든 김영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박 사장은 “KBS 대하 사극은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중요한 공적 책무”라며 “남북 분단 상황에서, 강력한 리더십으로 세 나라를 통합해 평화와 번영을 이룬 시대를 조명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는 KBS 대하드라마 사상 최대 제작비가 투입됐다. 컴퓨터그래픽(CG)은 물론 인공지능(AI) 기술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김 감독은 “제작비를 아끼면서도 좋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 AI가 필요했다”며 “다만 역사 고증이 매우 중요한데 AI는 신뢰도에 문제가 있는 만큼 실사 기반 영상에 AI를 섞는 방식으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훗날 문무왕이 되는 주인공 김법민 역은 배우 이현욱이 맡았다. 이현욱은 “법민은 김춘추의 장남이자 김유신의 외조카로, 배짱이 두둑하고 자존심도 세지만 나라와 백성을 위해선 수치심을 이겨내는 냉철한 승부사”라며 “요즘 ‘온고지신’이란 말에 대해 생각한다. 기존 KBS 사극의 장점과 더불어 시대에 따라 달라진 새로운 표현을 담아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고구려를 대표하는 장군 연개소문 역의 장혁은 “우리가 기존에 알던 연개소문과는 다른 캐릭터로 표현해 보고자 한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신라 최초의 진골 출신 왕이자 김법민의 아버지인 김춘추(태종무열왕) 역의 김강우는 “개인적 아픔을 딛고 대의를 위해 살아가는 모습이 이 시대에 필요한 지도자상이라고 생각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 외에도 김유신 역의 박성웅, 김법민의 정적 김진주 역의 정웅인, 고구려 전쟁 영웅 고건무(영류왕) 역의 조성하 등 연기파 배우들이 두루 합류했다. 김 감독은 “최고의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데 공을 들였다”며 “사극은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다. 학생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시험을 쳐도 될 정도로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