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에 불안한 2030 ‘생애 첫 집’ 마련 종종걸음

입력 2025-11-19 00:42

올해 20~30대의 서울 ‘생애 첫 집’ 마련 수치가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연초부터 계속된 서울 집값 상승세와 연이은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불안감이 주택 매수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대출 여력이 높은 2030세대 중심으로 부동산 포모(FOMO·소외에 대한 공포)에 취약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에서 생애 최초로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빌라)을 매수한 20~30대는 3만174명으로 집계됐다. 저금리에 집값이 급등했던 2021년 같은 기간(4만1964명) 이후 가장 많다. 특히 2030세대 매수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서울에서 생애 최초로 내 집을 마련한 전체 매수자 가운데 20~30대 비중은 2020년 61.1%로 고점을 찍은 뒤 2021년 60.8%, 2022년 55.3%로 줄었다. 그러다 2023년 소폭 상승한 뒤 올해(59.8%)는 2021년 수준까지 올라왔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맞물린 2022~2023년 주택 매수를 줄였다가 신혼부부·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대출이 확대된 지난해부터 다시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흐름은 30대가 주도했다. 20대는 최근 5년간 10%대를 유지했으나 30대는 2022년(37.0%) 이후 꾸준히 비중을 늘리다 올해는 49.7%까지 높아졌다. 2020년(46.8%)보다도 높은 수치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30대는 가정을 꾸리며 내 집 마련 수요가 높아지는 시기다. 규제가 더 세지기 전에 내 집 마련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1년과 다른 양상은 ‘심리’에 방점이 찍힌다는 점이다. 2021년에는 초저금리에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낮아 진입 장벽이 높지 않았다. 현 시점은 포모가 강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집값이 더 오를 거란 기대심리와 때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 심리가 젊은 층의 첫 집 마련을 서두르게 한 것으로 보인다”며 “생애 최초 주택 구입의 경우 대출 규제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자녀에게 집을 증여한 경우도 늘었다. 지난달 미성년자의 집합건물 매수 건수는 26건으로 2022년 8월(28건)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이전까지는 매달 10건 안팎을 유지했었다. 고 교수는 “보유세 인상 가능성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어 증여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