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 사태와 이에 반발한 검사장들에 대한 징계검토가 뒤따르면서 발생한 법무부와 검찰간 살얼음판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는 자칫 사태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개적인 입장을 내는 데 극히 신중한 모습이다. 전날 박재억 수원지검장과 송강 광주고검장의 사퇴에 이은 검사장 줄사퇴 상황은 18일 벌어지지 않았다. 검찰 역시 여당의 강경 대응론에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 참석 전 기자들을 만나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에 따른 검찰 내 반발과 관련해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나가 계신다”며 “아무것도 얘기할 입장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전날 박 지검장 등이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서도 “특별한 의견이 없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전날에도 “국민을 위해 법무부와 검찰이 안정되는 게 우선”이라며 “무엇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고민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구자현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 차장) 역시 침묵 모드다. 구 대행은 이날 출근길에서 ‘고위 간부 사퇴가 이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있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청사로 들어갔다. 구 대행은 전날에도 관련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정 장관과 구 대행의 신중한 언행은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을 둘러싼 당정과 검찰간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검찰 내부 반발이 확산될 경우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검사장들의 평검사 전보, 검사 징계 등 압박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대통령도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정 장관으로서는 원론적인 입장으로 버티면서 사태를 수습해보려고 하는 것 같다”며 “오히려 검사장 집단 사퇴 등으로 상황이 전개되면 정 장관에게도 선택지가 없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구 대행도 대외적 입장 표명은 아끼면서 우선 내부 조직 수습에 집중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전날 박 지검장과 송 고검장의 사의 표명으로 사태가 진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검사장 이상 간부급 중 최선임인 사법연수원 29기가 책임을 지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항소 포기를 결정한 노만석 전 대검 차장과 정진우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연수원 29기 동기다. 항소 포기 결정 직후인 지난 8일 사의를 표한 정 지검장은 이날 비공개 퇴임식을 했다. 정 지검장은 검찰 내부망에 “이런 논란 속 검사직을 내려놓게 돼 마음이 아프다”며 “조속히 조직이 안정되고 구성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 내부에선 항소 포기 경위 설명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인사 압박에 대한 반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어 사태가 강 대 강 대치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검사장들 중 추가 이탈이 생기면 후배 검사들의 동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