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일본 여행 자제령’에 항공권 무더기 취소

입력 2025-11-18 18:32 수정 2025-11-19 00:00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시아국장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내려다보는 모습. 18일 중국 관영 CCTV 계열 소셜미디어 계정 ‘위위안탄톈’에 게재된 영상이다. 위위안탄톈 캡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을 놓고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인들이 일본행 항공권을 무더기로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3일간 중국 항공사의 일본행 항공권이 49만1000건 취소됐다. 특히 16일 항공편은 82.14%, 17일 항공편은 75.6%가 취소됐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4일 자국민에게 일본 방문을, 교육부는 16일 일본 유학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중국 항공사들은 일본행 항공권을 무료로 취소·변경해주고 있다. 중국의 항공 분석가 리한밍은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될 때를 제외하면 이 정도 규모의 취소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인은 올해 3분기까지 748만명이 일본을 방문해 국가별 방문객 중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인 여행객이 3분기 일본에서 쓴 금액은 5901억엔(5조5800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소비의 28%에 달했다.

이번 취소 사태로 중국 항공사들도 수천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항공정보회사 OAG의 분석가 존 그랜트는 “중·일 노선에서 상위 5개를 차지하는 중국 항공사에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여행 플랫폼 자료를 인용해 “한국이 일본을 대체해 중국인의 넘버원 해외 여행지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류진쑹 외교부 아시아국장이 중국을 방문한 일본 외무성 가나이 마사아키 아시아대양주국장을 만나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규탄하고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류 국장은 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 발언의 성격과 영향은 극히 악질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나이 국장은 총리 발언을 철회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NHK가 전했다. 일본 정부는 가나이 국장이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관의 ‘다카이치 총리 참수’ 극언에 거듭 항의하면서 중국 체류 일본인들의 안전 확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