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뒷담] “번호표 뽑고 기다려야” 직장인들 주택 자금 사내대출에 북적

입력 2025-11-19 02:04
연합뉴스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 이후 일부 대기업의 ‘사내 대출’에 웨이팅(대기)이 발생할 정도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사내 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 제외돼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반면 사내 복지에 대출 프로그램이 없는 중소기업 직장인들은 자금 마련이 더 막막해졌다고 호소한다.

국내 대기업 A사에서는 18일 현재 사내 주택자금 신규 대출 집행이 지연되고 있다. 집을 살 때 한도 1억원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대출을 받으려는 직원이 늘어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신청이 가능하지만 이미 돈을 빌린 직원이 상환을 완료해야 새로운 대출이 이뤄져 정확히 언제쯤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이 회사에 다니는 한 직원은 “주택 가격이나 면적 등 조건이 있는데도 그 범위 내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 대출이 막혔다”며 “노조를 중심으로 대출 전체 한도를 늘려달라는 요구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B사는 최근에서야 사내 대출 대기가 해소됐다. 대출 한도도 1억원인데 새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 직원들이 정부 출범 전 대출을 미리 받아 한때 잔액이 꽉 찼던 것 같다는 게 직원들의 생각이다. 통상 대출 한도가 꽉 차는 시점이 연말 즈음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일부 기업은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사내 대출 규모를 더 키웠다. 두나무는 지난 7월 주택 구입과 전세보증금 관련 사내 대출 한도를 직원 1인당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증액했다. 다른 기업 C사도 최근 대출 한도를 30% 더 올렸다.

D사는 사내 대출 복지는 없지만 직원들의 요구로 대출 이자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매매 자금 대출과 비교하면 작은 혜택이지만 신청자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와 달리 사내 대출이 없는 기업의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한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최모씨는 “은행 주택 대출 상담에서도 사내 대출이 있는지를 먼저 묻는다. 돈을 받을 구멍이 죄다 막혀 주택 매매가 더 어려워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