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GM 자율주행 한국 상륙 예고… ‘레벨3’ 주도권 촉각

입력 2025-11-19 00:41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테슬라도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달릴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한국에 도입한다. 운전자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완전 자율주행에 좀 더 가까워진 기술이다. 한국이 ‘안방’에서마저 자율주행 주도권을 외국 회사에 내줄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테슬라코리아는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X)에 ‘완전자율주행(FSD) 감독형, 다음 목적지: 한국’이라고 적었다. 게시물엔 테슬라 차량이 국내 도로에서 FSD를 활용해 주행하는 영상을 첨부했다.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은 상태에서 차량 스스로 차선을 바꾸고 주차하는 모습도 담겼다. 다만 운전자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감독형’이란 명칭을 붙였다. 사고 발생 시 책임도 운전자에게 있다.

GM도 올해 안에 슈퍼크루즈 기능을 한국에 도입할 계획이다. 슈퍼크루즈는 테슬라의 ‘FSD 감독형’과 비슷한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다. 캐딜락의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에스컬레이드 IQ’에 처음 적용한다. GM이 슈퍼크루즈를 공식 출시한 건 북미, 중국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다.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가 지난해 선정한 전 세계 자율주행 기술력 상위 20개 업체에 미국 기업이 15개나 포함됐다. GM, 테슬라 모두 미국 기업이다. 한국 기업으로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자동차·기아는 2022년부터 G90(제네시스)과 EV9(기아)에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인 HDP(Highway Driving Pilot)를 탑재할 계획이었지만 여전히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GM과 테슬라, 두 미국 회사가 한국에 진보된 자율주행 기술을 가져올 수 있었던 데는 기술력 외에 다른 배경이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미국에서 인증을 완료한 미국산 자동차는 5만대에 한해 한국에서 인증을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이번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5만대 제한’이 폐지되면서 미국산 완성차의 한국 진출 문턱은 더 낮아졌다.

업계에선 두 회사의 자율주행 기술이 한국에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테슬라의 FSD 적용 모델은 미국산 차량에 한정되지만 현재 한국에서 운행 중인 테슬라 차량은 대부분 중국산이기 때문이다. 에스컬레이드의 한국 판매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이 막대한 국내 시장에서 레벨3 수준 자율주행 기술의 신호탄을 뺏긴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GM과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을 실제로 활용하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언젠가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했을 때 신기술 수용에 적극적인 한국에 레벨3 자율주행을 선제적으로 들여왔다는 건 적잖은 상징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