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샌프란시스코 고양이 사망 사건

입력 2025-11-19 00:40

지난달 2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고양이가 죽었다. 16번가 잡화점을 근거지 삼아 주변 상점을 돌아다니던 놈이었다. 잡화점 구석에서 늘어지게 잠을 자다 생선가게에서 살점 한 토막 얻어먹고 술집 테이블을 기웃대던 길고양이에게 주민들은 ‘16번가 시장님’이란 별명을 붙여주며 귀여워했다. 그런 고양이가 떠나자 거리에 하나둘 꽃이 놓이더니 추모 조형물이 세워졌고, 그 죽음에 관한 글이 SNS에 쏟아졌다. 16번가와 무관한 시민들도 큰 관심을 보여서 추모 열기를 겨냥한 밈코인까지 등장했다. 시의원이 뛰어들어 기자회견을 열고, 그래서 뉴욕타임스가 기사로 다루게 만든 고양이의 사인은 교통사고. 그런데, 가해차량이 구글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운전자는 인공지능(AI)이었다.

이 도시에선 해마다 수백 마리가 로드킬을 당하고 지난해 43명이 교통사고로 숨졌지만, 이렇게 추모 분위기가 조성된 적은 없다고 한다. 16번가 고양이 사고의 유일한 차이점은 운전석에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니, “고양이가 죽었다”보다 “AI가 죽였다”는 생각이 이런 반응을 불렀지 싶다. 구글 자회사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 1000대를 운영하고 있다. 시의원은 고양이를 추모하며 로보택시 허용 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법안을 내겠다고 했고, 일자리에 민감한 운수노조도 고양이 죽음을 계기로 기자회견을 열어 자율주행차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촉구했다.

하교 시간이면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없는 부모들이 로보택시를 보내 학교가 웨이모 주차장이 될 만큼 일상에 자리 잡았지만, 왠지 불안한 마음은 이 도시 사람들에게 여전했던 듯하다. 아끼던 고양이가 죽었는데 책임 물을 사람이 없더라는 표면적 이유를 넘어 새 기술이 만들어낼 낯선 세상에 대한 잠재적 불안감이 고양이를 매개로 표출됐을 것이다. 로보택시는 1000만㎞ 운행 실적에서 사람 운전자보다 90% 이상 낮은 사고율을 보였다. AI 운전자의 ‘낯선 안전’보다 사람 운전자의 ‘익숙한 위험’에 더 편안함을 느끼는 이가 아직 많은 모양이다.

태원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