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티빙과 웨이브가 글로벌 플랫폼 디즈니플러스와 손잡고 공동 요금제를 출시했다. 넷플릭스가 수년간 OTT 시장 독주 체제를 이어가자 이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일시적 삼각 동맹을 맺는 성격이다. 다만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티빙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3사는 18일 한 번의 구독으로 3개 플랫폼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3팩(PACK)’ 상품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3개 플랫폼을 모두 이용하는 요금제는 월 2만1500원, 티빙과 디즈니플러스 2개만 묶어 구독하는 요금제는 월 1만8000원이다. 3사 개별 구독권 가격을 고려하면 각각 37%, 23% 할인되는 셈이다.
공동 요금제의 핵심은 각 OTT의 ‘킬러 콘텐츠’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웨이브는 드라마·예능 등 국내 콘텐츠에, 티빙은 KBO 리그 중계 등 스포츠 콘텐츠에 무게를 두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픽사·마블·내셔널지오그래픽 등 글로벌 지식재산권(IP)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
국경을 넘어선 합종연횡의 배경에는 업계 1위 넷플릭스를 견제하려는 목적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트래픽 분석 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넷플릭스의 시장점유율은 40%에 달한다. 티빙(17%) 웨이브(7%) 디즈니플러스(6%)의 점유율을 모두 합쳐도 넷플릭스에 한참 못미치는 상황이다.
다만 국내 OTT 업계에서 넷플릭스 추격을 위한 당면 과제로 거론되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법인 출범은 올해도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무엇보다 티빙의 2대 주주인 KT스튜디오지니가 합병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KT스튜디오지니는 합병 이후 CJ ENM, SK스퀘어에 밀려 3대 주주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크다. 또 KT가 주력하는 IPTV 시장을 OTT가 가져가는 구도의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티빙의 최대주주인 CJ ENM도 지난 7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합병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