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분위기 만들다 사고”… 정청래의 ‘전당원 투표’ 뒷말

입력 2025-11-18 19:03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예고한 전당원투표를 두고 당원들 사이에 분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전당원투표 절차와 투표 자격에 대한 문제제기지만 이면에는 차기 당권을 둘러싼 신경전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 주권 정당에 대한 당원 의사를 묻는 역사적인 전당원투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투표는 19~20일 이틀간 진행된다. 하지만 공지 이후 일부 당원 사이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투표 자격에 대한 시비다. 당헌·당규상 전당원투표에는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이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당이 작성한 안내문에 참여 대상은 ‘10월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약 164.7만명)’이라고 적혀 있다. 최근 가입한 당원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다. 한 당원은 “규정과 달리 왜 한 달짜리 당원에게 투표권을 주느냐”고 지적했다. 최근 전남 등에서 주소지가 중복된 ‘유령당원’이 다수 발견된 것을 언급하며 신뢰성에 의문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투표는 당규개정 의결 투표가 아니라 참고용 권리당원 의견조사”라는 설명을 내놨다. 투표 자격 확대에 대해서도 “당원투표 권리를 갖는 당원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범위를 넓혀 폭넓은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당헌·당규에서 규정한 전당원투표가 아니기 때문에 투표 자격에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전당원투표’로 공지한 상황에서 ‘참고용 의견조사’라는 해명은 다소 궁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이용자는 박 대변인 페이스북에 “무슨 억지를 이렇게 쓰느냐”며 “‘바이든 날리면’이 떠오른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바이든 날리면’은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방미 당시 욕설 발언을 둘러싼 논란을 의미한다.

투표 자격 시비는 핑계일 뿐 차기 당권 신경전이 본질이라는 해석도 당 안팎에서 나온다.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를 비롯한 당원권 강화는 정 대표 공약사항인 데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시절부터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 대표가 본인 연임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당원권 확대를 서두르다 사고가 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 대표의 연임 시도를 견제하려는 이들이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