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능력이 경쟁력인 사회
격차 방치는 사회 문제 가능성
청소년 사용 통제하기보다
적극적인 교육이 더 효과적
공정한 기회·윤리적 활용 위해
교과서 지위 회복 중요해져
격차 방치는 사회 문제 가능성
청소년 사용 통제하기보다
적극적인 교육이 더 효과적
공정한 기회·윤리적 활용 위해
교과서 지위 회복 중요해져
인공지능(AI)을 다루는 뉴스가 연일 쏟아져 나온다. AI 3대 강국, AI 인재 육성, AI 경쟁력이 키워드로 다뤄지더니 최근엔 AI 부정행위, AI 리터러시(문해력)나 AI 윤리 문제 등 부정적 뉘앙스의 뉴스도 많아졌다. 소위 ‘SKY 대학’에서 발생한 AI 활용 부정행위 사건이 발단이었다. 초·중·고 학생들의 AI 활용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개인이든 국가든 AI를 잘 다뤄야 경쟁력이 있다는 데에는 모든 이들이 공감하지만 아동·청소년 시기의 AI 활용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의견도 많다.
디지털 격차 논란이 세대 간의 편의성 문제에 국한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 AI 활용 격차는 공정성 문제로까지 비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수행평가에서의 AI 활용 논란이 대표적이다. 개인 윤리의 문제에만 그치는 것도 아니다. 학교나 소속 교육청에 따른 편차도 커지고 있다. 올해 1학기에는 AI디지털교과서(AIDT)를 활용한 수업이 전국 공통이었으나 2학기부터는 활용 수업을 하는 학교와 하지 않는 학교가 나뉘었다. AIDT가 교과서 지위였던 1학기엔 교육부가 전국 모든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구독료를 무상 지원했지만, 지난 8월 국회에서 AIDT가 교육자료로 지위가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교과서 지위 박탈로 교육부의 무상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교육청에 따라 AIDT 구독료 지원에 차이가 생긴 것이다. 일부 교육청은 2학기에도 원하는 학교 모두에 구독료를 지원하고 있지만 일부 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구독료 지원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진보 성향 교육감이 있는 지역은 AIDT 지원에 소극적인 반면 보수 성향 교육감 지역은 적극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학기에 AIDT를 활용해 교육하고 있는 학교는 전국적으로 1700여 곳에 불과하다.
AI 활용 능력이 개인의 경쟁력이 되고 AI 전공 과정에 대한 입시 경쟁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AIDT 구독 지원에 차이가 생기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AIDT를 계속 쓰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간 AI 활용 능력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학생을 선발하는 입장에서 AIDT로 꾸준히 교육을 받은 지원자와 개인적으로 AI를 활용한 지원자 중 누구를 선발하겠는가. AI 핵심 인재의 조기 육성을 위해 학·석·박사 과정을 5년 반 만에 끝내도록 하고, 초·중·고의 AI 과목을 확대하기로 한 정부 기조와도 어긋난다. 지역에 따라 있는 자료를 활용하지 못해 학생들의 AI 활용 능력에 차이가 생긴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AIDT의 교과서 지위 회복이다. 모든 학교가 일정 수준 이상의 AI 교육 인프라를 갖출 수 있도록 정부의 보편적인 재정 지원을 강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청소년들은 일상 생활에서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게 AI를 활용한다. 학교 과제를 할 때만 쓰는 게 아니다. 1학기에 AIDT 교육을 해본 교사 중에는 학생들의 능력에 감탄했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시작할 때만 해도 아이들이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한 학기 만에 AI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걸 보고 놀랐다는 것이다. AI의 부적절 사용이 염려된다면 사용을 통제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AI 리터러시·윤리 교육에 나서는 게 더 낫다. 리터러시·윤리 교육을 위해서는 이 내용을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는 게 효과적이다. 사회성 훈련 및 정서 안정이 필요한 초등 저학년 시기부터 AI가 보조수단임을 적극적으로 가르치면서 적절한 활용을 유도해야 한다. 초등학교에선 AI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형성하는데 중점을 두되 중학교에선 활용법 중심의 탐구 능력을 키우고, 고등학교에선 AI를 활용해 실제 결과를 도출해내는 식의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개별 과목 교재의 내용 보강과 더불어 AI 리터러시·윤리를 다루는 교재 제작도 서둘러야 한다.
AI 인재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전국의 모든 학생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청소년들의 올바른 AI 활용 능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AIDT의 교육 중단은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학교가 예산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 AI 활용 교육의 질 향상에 몰두하기 위해선 AIDT의 교과서 지위가 필요하다. 부실한 내용을 이유로 AIDT의 교육자료 지위 격하를 주도했던 정치권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승훈 논설위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