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방] 책방은 책만 팔아서 운영될까?

입력 2025-11-22 00:35

‘진주문고’의 이병진 팀장과 이야기를 하다 ‘책만 팔아서 운영되는 동네책방’이 화제에 올랐다. 머릿속으로 떠올려보니 거의 없다시피 했다. 책방을 지키려면 책방지기의 부업은 필수다.

강의와 책 작업 말고도 부업은 다양하다. 강원도 영월에 있는 ‘인디문학1호점’의 윤태원 대표는 12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인근 공장에서 일한다. 겨울에는 산속 책방에 독자가 오지 않으니까. 대개는 임시직이나 프리랜서로 전직을 지속하는데, 편집자 출신인 광주 소재 ‘책과생활’의 신헌창 대표는 외주편집일을 한다.

신 대표는 광주에 내려와 일하다가 계약 기간이 끝났지만 서울로 돌아가지 않았다. 대신 2016년 책방을 시작했다. 7평 공간을 월세 20만원을 주고 계약했다. 처음에는 편집 외주 일을 하는 개인 스튜디오를 겸한 책방을 꿈꿨다. 책방을 여는 건 비교적 쉬우나 유지는 어렵다. 신 대표는 책방을 그렇게 ‘안이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그렇다고 책을 팔아 생활비를 벌 수는 없었다. 결국 관공서의 프로젝트를 대행하는 기획편집일을 계속 병행했다.

책방지기의 현실적인 어려움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혼자 두 가지 일을 하기란 벅차다. 결국 외주나 책방운영 중 하나는 소홀해지고 책방지기가 지친다. 신 대표는 이 어려움을 직원과 함께 일하는 책방으로 돌파했다. 물론 외주로 번 돈이 직원 월급으로 고스란히 들어가야 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1인 책방의 한계를 모색한 드문 시도다.

이후로도 ‘책과생활’은 어떻게 하면 책방을 운영해 수익이 나올까를 끝없이 궁리했다. 책방은 문화행사를 활발하게 해야 독자를 부를 수 있으니 2020년에 25평 규모로 책방을 넓혔다. 책방이 커졌으니 이번에는 수익 다각화가 가능했다. 책방 한쪽에 비건 베이커리와 카페를 열었다. 이를 전담할 두 번째 직원을 채용했다. ‘책과생활’은 정직원이 2명이나 있는 동네책방이 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해는 같은 건물 2층에서 1층으로 이전했다. ‘책과생활’은 광주 아시아문화의전당 맞은편 길가에 있다. 책방이 있는 광주 장동은 카페와 음식점이 많아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원도심이다. 이름하여 ‘동리단길 카페거리’가 지척이다. 2층에 비해 1층의 임대료가 3배는 높지만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1층이라면 책보다 수익률이 높은 음료 매출이 늘어날 수 있다. ‘책과생활’이 이전했다는 소식을 듣고 대로변 1층에 있는 책방을 본 게 얼마 만인가 싶어 혼자 감개무량했다.

신 대표는 일련의 변화를 두고 “지역 책방이 자생하는 법을 실험 중”이라고 말했다.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5분 거리에 ‘런던리뷰북숍’이 있다. ‘런던리뷰’에서 운영하는 책방이다. 먼저 책방을 시작하고 바로 옆에 카페를 열었다. 영국박물관을 보고 나면 ‘런던리뷰북숍’과 카페를 찾듯 광주 아시아문화의전당에 간다면 ‘책과생활’에 가보길.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방이다.

한미화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