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평창동 토탈미술관은 개관 50주년을 기념해 ‘난지도·메타-복스 40: 녹아내린 모든 견고함’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 중반 민중미술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실험적 작업을 했던 비주류의 두 예술 그룹 ‘난지도’와 ‘메타-복스’의 활동을 조명한다. 모두 홍익대 출신 5명의 청년 작가들로 구성됐으며 1985년에 창립해 각각 1988년, 1989년까지 활동을 이어갔다. 40년이 지나 이들의 그룹 활동을 재조명하는 전시에는 난지도 출신은 박방영, 신영성, 하용석 등 3명이, 메타-복스는 김찬동, 하민수, 홍승일 등 3명이 참여해 과거 작품과 신작을 내놨다.
이들은 홍익대 스승이었던 박서보, 하종현 등 단색화 대가들이 이끄는 추상화에 반대하며 예술 그룹을 만들었다. 단색화는 중성색의 화면으로 캔버스에 어떤 구상적인 흔적도 남기지 않는 모더니즘 미술이었다. 메타-복스의 김찬동 작가(전 수원시립미술관장)는 17일 “1980년대 민중미술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모더니즘이 배제한 서사를 회복하며 한국적 방식으로 모더니즘을 벗어나고자 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쓰레기 매립장에서 이름을 딴 난지도는 폐자재와 짚 등 일상의 오브제를 재료로 산업 사회를 비판하고, ‘목소리를 넘어’를 뜻하는 라틴어를 그룹명으로 삼은 메타-복스는 언어와 조형, 신화에서 소재를 찾아 서사를 회복하고자 했다.
이를테면 난지도의 신영성은 날개 뜯긴 선풍기의 모터 부분을, 때로는 일부러 상처까지 내 벽면에 매단 ‘코리안 드림’을 내놨고, 박방영은 짚으로 수직 수평의 빌딩 형태처럼 만든 ‘신화 -너를 위해’(85년작)를 재현했다. 메타-복스에서 유일한 여성 작가인 하민수는 여성의 일상에서 사용되는 소재인 천과 바늘, 실을 활용하여 만든 물고기 형상을 통해 여성의 삶이 가지는 복잡성을 가시화한 신작을 선보였다.
전시 제목 ‘녹아내린 모든 견고함’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에서 땄다. 근대 사회의 고정된 구조와 질서가 해체되고, 모든 것이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상징하는 제목을 통해 난지도와 메타-복스가 시도한 관습의 해체와 사유의 전복을 드러내고자 했다. 23일까지.
글·사진=손영옥 미술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