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중앙순복음교회는 다음 달 7일, 53년간 믿음과 헌신으로 교회를 세워 온 김상용(84) 목사를 원로로 추대하고 새 시대의 목회를 이끌 안호성(49) 울산 물맷돌교회(구 온양순복음교회)목사를 담임으로 세우는 감사예배를 드린다. 반세기 동안 이어 온 목회의 철학을 계승하고 바통을 잇는 두 사람을 지난 14일 교회 집무실에서 만났다.
성령 감동으로 이뤄진 청빙
안 목사의 청빙은 지난 8월 청주중앙순복음교회 창립 52주년 부흥대성회에서 이뤄졌다. 김 목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안 목사를 강사로 초청했고, 부흥 집회 기간 중 담임목사 청빙을 제안했다.
김 목사는 “내가 봐온 안 목사는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나 또한 지금까지 성령의 심부름꾼으로 살아왔기에, 그가 성령에 순종하는 사람이라면 목회를 맡겨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확신이 들어 제안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청빙 제안에 당황했던 안 목사는 거듭 거절하다가 집회에 올랐다. 안 목사는 “청빙을 거절한 이상 다시 찾아뵙기 어렵겠다 싶어서 집회 마지막에 큰절을 드리는데 김 목사님이 갑자기 강단에 올라 전 교인 앞에서 ‘성령의 감동으로 안호성 목사를 후임으로 세우겠다’고 선포하셨다. 그 순간 성도들이 모두 기립해 박수를 쳤다”며 청빙에 순종한 과정을 설명했다.
“저의 영적 아버지이신 김 목사님이 강단에서 쉽게 단언하실 분이 아닙니다. 성령을 의지해 반세기 동안 목회해 오신 목사님이 ‘성령의 감동’으로 말씀하셨다면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믿고 저도 기도했습니다. 그때 청년 시절 주셨던 신명기 6장 10~13절 말씀이 기억나며 성령의 강권하심을 믿고 결국 순종하게 됐습니다.”
부르심 앞에 순종한 두 목회자
두 사람은 사실 ‘하나님의 심부름꾼’으로 성령을 의지해 걸어온 목회 여정부터 닮아 있다. 김 목사는 “1973년 8월 자택에서 성도 7명과 첫 창립예배를 드린 것이 청주중앙순복음교회의 시작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목회가 기쁨보다 부담이던 시절, 하나님께서 두려워하던 모세에게 ‘네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한다. 너는 내 심부름만 하라’고 말씀하시는 환상을 보여주셨어요. 그 순간 ‘목회는 내가 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저는 하나님의 심부름꾼일 뿐입니다’라고 고백했지요.”
그렇게 하나님의 ‘심부름꾼’으로 부름받은 그는 기도와 말씀으로 성도들을 세우며 교회를 부흥으로 이끌었다. 김 목사의 집터에 세워진 교회는 1977년 첫 성전 건축 이후 꾸준히 확장돼 청주를 대표하는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김 목사는 “교회는 개척지원금이나 외부 도움 10원도 받지 않고 성전을 세웠다”면서 “‘사람의 끝은 하나님의 시작’이라는 믿음으로 필요할 때마다 하나님께 엎드려 기도했고 그때마다 놀라운 방식으로 채워주셨다. 대형교회로 성장한 교회가 빚이 없는 것은 순종의 열매이자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했다.
안 목사의 사역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왔다. 목회자의 아들로 자란 그는 부모의 고생을 보며 절대 목사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두 차례 생명을 건 대수술 후 결국 주의 부르심을 받았다. 순복음총회신학교에서 목회학(MDiv)을 전공하고 2004년 울산 온양읍 시골 마을에 교인 한 명 없이 물맷돌교회를 개척했다. 성전 건축도 오직 하나님의 손길을 의지했다. 돈이 떨어지면 아르바이트를 해 모래를 사서 공사를 이어가고, 다시 부족하면 또 일해 건축을 재개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 교회는 오늘날 매주 500명 이상이 모인다. 시골 마을 교회의 기적이다.
안 목사는 “성도들이 ‘김 목사님의 40대와 많이 닮았다’고 말한다. 나 역시 심부름꾼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며 “교회를 사랑하고 성령의 인도에 따라 움직이며 인간적 관계나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이 명하신 일에는 목숨 걸고 순종하시는 모습을 보며 나도 그런 목회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 부흥의 세대를 꿈꾸며
청주중앙순복음교회가 크게 부흥하던 시절, 94학번으로 충북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던 안 목사는 교회의 전성기를 몸소 경험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새벽예배에 가면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성도들로 가득했다”며 “기도하려는 사람들이 교회 밖까지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청주는 젊은 층의 급격히 이탈하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데다 남아 있는 청년들의 종교적 관심이 낮아 교회의 다음세대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는 상태다. 안 목사는 이에 “청년 시절 청주순복음교회의 뜨거운 부흥을 보며 가슴이 뛰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청주가 그때처럼 아이들과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열린 지역, 새순이 돋고 열매 맺는 곳이 되길 바란다. 하나님이 여전히 살아 역사하심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안 목사를 향해 김 목사는 “하나님과 성도를 사랑하며 여호와의 기(旗)를 세우는 목회자가 돼라”는 말로 격려했다. 안 목사는 “모세가 손을 들어 기도할 때 아말렉이 패했던 역사는 오늘도 동일하게 일어날 수 있으며, 그것이 곧 여호와의 기를 높이 세우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김 목사님이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하나님께서 옳다 하신 일을 담대히 선포해 오신 것처럼, 나도 지역과 열방을 향해 겸손히 복음의 사명을 감당하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를 세워가겠다”고 말했다.
청주=글·사진 박효진 기자 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