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했다”로 시작하는 창세기엔 인간을 비롯한 천지 만물의 창조 이야기가 담겼다. 하지만 여기에 목적도, 순서도 다른 두 가지 창조가 소개된다는 걸 아는 이들은 드물다. 창세기 1장에서 하나님은 말씀으로 세상을 만들고 남녀를 동시에 창조하나(창 1:3) 2장에선 흙으로 인간을 짓되 남자를 먼저 빚어낸다.(창 2:7, 18)
이처럼 얼핏 보면 상충하는 듯한 성경 본문을 적확히 해석하고 진의를 파악하도록 돕는 신간이 나왔다. 고대근동학자이자 미국 남침례교 목사인 송민원(52) 더바이블프로젝트 대표의 ‘태초에 질문이 있었다’(복있는사람)이다. 송 대표를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창세기 1장과 2장 중 어느 이야기가 맞을까요.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고 가르거나, 이를 성경의 모순으로 간주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나의 진리를 다른 렌즈로 들여다본 셈이지요. 일례로 인간이 자연을 다스리는 내용을 다룰 때 1장에선 ‘정복’이란 뜻의 ‘카바쉬’를 사용하지만 2장에선 ‘섬기다’란 의미의 ‘아바드’를 씁니다. 실제로 인간이 땅을 정복하기만 하며 살진 않습니다. 땅이나 바다 등 환경에 종속돼 살아가기도 하지요. 현실을 적실히 반영한 본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선악과를 먹는 날엔 반드시 죽는다’는 하나님의 엄명과는 달리 아담은 930세까지 삽니다.
“히브리어 원문을 보면 이 구절에 ‘먹는 그 날’을 뜻하는 ‘베욤’이란 표현이 나옵니다.(창 2:17) 하지만 아담은 선악과를 먹은 그날에 죽지 않았지요. 이렇듯 성경엔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빈자리가 꽤 됩니다.”
-특히 창세기에 이런 여백이 많은 것 같습니다.
“초대 교부부터 현대 신학자까지 그런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나님 말씀이 틀리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려는 ‘경건한 시도’인 거죠. 하지만 이는 좋은 독자의 태도와는 거리가 멉니다. 빈자리를 억지로 메우기보단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질문을 품는 자세가 더 바람직합니다. 그 여백을 궁금해할 순 있죠. 다만 그것을 해소하려 성경을 읽는다면 본문의 진의를 놓치게 됩니다.”
-성경 본문의 진의는 어떻게 파악합니까.
“저는 ‘수직적 읽기’와 ‘수평적 읽기’로 성경을 볼 것을 제안합니다. 수직적 읽기는 전통적 성경 해석대로 읽는 독법으로,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수직적 관계에 주목합니다. 수평적 읽기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피조세계 간 관계에 집중하고요. 제 석사 과정을 지도한 테드 히버트 미국 맥코믹신학교 교수가 창세기 바벨탑 본문을 해석할 때 사용한 방법인데, 저는 이 책에서 창세기를 비롯해 성경 전체의 메시지를 해석하는 데 적용했습니다.
두 관점의 해석 차를 드러내는 예가 레위기 19장의 거룩 규정 해석입니다. 본문이 첫 번째로 언급하는 거룩한 행위는 ‘부모 공경’(3절)입니다. 하지만 적잖은 이들이 거룩을 신앙 관련 행위로만 여깁니다. 한쪽 관점으로만 보면 내용도 반쪽만 보이기 마련입니다.”
-‘성경은 답이 아닌 질문을 주는 책’이라고 했습니다.
“성경 속 절대자는 우리에게 먼저 질문하는 분입니다. 죄를 지은 아담에겐 ‘네가 어디 있느냐’고, 자신을 부인한 베드로에겐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묻습니다. 모두 그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성찰하도록 돕는 질문입니다.
성경 내용이 뻔하다고 느껴진다면 본문을 자세히 보며 전통적 해석에 질문을 던지십시오. 자신의 눈이 새로워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어떤 방식으로 질문해야 합니까.
“‘성경 안의 세계’와 ‘성경 뒤의 세계’, ‘성경 앞의 세계’라는 성경의 세 가지 세계를 파악할 것을 권합니다. 성경 안의 세계를 알려면 본문 자체를 꼼꼼히 읽어야 합니다. 성경 뒤의 세계는 본문의 역사·문화적 배경을 살피는 것이고요. 성경 앞의 세계, 즉 성경 읽는 나 자신의 선입견을 제거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해하기 힘든, 이른바 ‘불편한 질문’을 피하지 않고 파고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불편한 질문을 이어가다 신앙을 잃진 않을까요.
“하나님은 우리 생각을 넘어서는 크고 넓은 분입니다. 그 어떤 질문도 주님의 너른 품 안에 있다는 걸 기억하십시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