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모순? 하나의 진리를 다른 렌즈로 봤기 때문”

입력 2025-11-21 03:03
송민원 더바이블프로젝트 대표가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태초에 질문이 있었다’ 출간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했다”로 시작하는 창세기엔 인간을 비롯한 천지 만물의 창조 이야기가 담겼다. 하지만 여기에 목적도, 순서도 다른 두 가지 창조가 소개된다는 걸 아는 이들은 드물다. 창세기 1장에서 하나님은 말씀으로 세상을 만들고 남녀를 동시에 창조하나(창 1:3) 2장에선 흙으로 인간을 짓되 남자를 먼저 빚어낸다.(창 2:7, 18)

이처럼 얼핏 보면 상충하는 듯한 성경 본문을 적확히 해석하고 진의를 파악하도록 돕는 신간이 나왔다. 고대근동학자이자 미국 남침례교 목사인 송민원(52) 더바이블프로젝트 대표의 ‘태초에 질문이 있었다’(복있는사람)이다. 송 대표를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창세기 1장과 2장 중 어느 이야기가 맞을까요.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고 가르거나, 이를 성경의 모순으로 간주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나의 진리를 다른 렌즈로 들여다본 셈이지요. 일례로 인간이 자연을 다스리는 내용을 다룰 때 1장에선 ‘정복’이란 뜻의 ‘카바쉬’를 사용하지만 2장에선 ‘섬기다’란 의미의 ‘아바드’를 씁니다. 실제로 인간이 땅을 정복하기만 하며 살진 않습니다. 땅이나 바다 등 환경에 종속돼 살아가기도 하지요. 현실을 적실히 반영한 본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선악과를 먹는 날엔 반드시 죽는다’는 하나님의 엄명과는 달리 아담은 930세까지 삽니다.

“히브리어 원문을 보면 이 구절에 ‘먹는 그 날’을 뜻하는 ‘베욤’이란 표현이 나옵니다.(창 2:17) 하지만 아담은 선악과를 먹은 그날에 죽지 않았지요. 이렇듯 성경엔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빈자리가 꽤 됩니다.”

-특히 창세기에 이런 여백이 많은 것 같습니다.

“초대 교부부터 현대 신학자까지 그런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나님 말씀이 틀리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려는 ‘경건한 시도’인 거죠. 하지만 이는 좋은 독자의 태도와는 거리가 멉니다. 빈자리를 억지로 메우기보단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질문을 품는 자세가 더 바람직합니다. 그 여백을 궁금해할 순 있죠. 다만 그것을 해소하려 성경을 읽는다면 본문의 진의를 놓치게 됩니다.”

-성경 본문의 진의는 어떻게 파악합니까.

“저는 ‘수직적 읽기’와 ‘수평적 읽기’로 성경을 볼 것을 제안합니다. 수직적 읽기는 전통적 성경 해석대로 읽는 독법으로,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수직적 관계에 주목합니다. 수평적 읽기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피조세계 간 관계에 집중하고요. 제 석사 과정을 지도한 테드 히버트 미국 맥코믹신학교 교수가 창세기 바벨탑 본문을 해석할 때 사용한 방법인데, 저는 이 책에서 창세기를 비롯해 성경 전체의 메시지를 해석하는 데 적용했습니다.

두 관점의 해석 차를 드러내는 예가 레위기 19장의 거룩 규정 해석입니다. 본문이 첫 번째로 언급하는 거룩한 행위는 ‘부모 공경’(3절)입니다. 하지만 적잖은 이들이 거룩을 신앙 관련 행위로만 여깁니다. 한쪽 관점으로만 보면 내용도 반쪽만 보이기 마련입니다.”

-‘성경은 답이 아닌 질문을 주는 책’이라고 했습니다.

“성경 속 절대자는 우리에게 먼저 질문하는 분입니다. 죄를 지은 아담에겐 ‘네가 어디 있느냐’고, 자신을 부인한 베드로에겐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묻습니다. 모두 그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성찰하도록 돕는 질문입니다.

성경 내용이 뻔하다고 느껴진다면 본문을 자세히 보며 전통적 해석에 질문을 던지십시오. 자신의 눈이 새로워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어떤 방식으로 질문해야 합니까.

“‘성경 안의 세계’와 ‘성경 뒤의 세계’, ‘성경 앞의 세계’라는 성경의 세 가지 세계를 파악할 것을 권합니다. 성경 안의 세계를 알려면 본문 자체를 꼼꼼히 읽어야 합니다. 성경 뒤의 세계는 본문의 역사·문화적 배경을 살피는 것이고요. 성경 앞의 세계, 즉 성경 읽는 나 자신의 선입견을 제거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해하기 힘든, 이른바 ‘불편한 질문’을 피하지 않고 파고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불편한 질문을 이어가다 신앙을 잃진 않을까요.

“하나님은 우리 생각을 넘어서는 크고 넓은 분입니다. 그 어떤 질문도 주님의 너른 품 안에 있다는 걸 기억하십시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