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장·광주고검장 사의… 고위 검사 줄사퇴 이어지나

입력 2025-11-17 23:51 수정 2025-11-17 23:52
박재억 수원지검장(왼쪽)과 송강 광주고검장. 연합뉴스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해 검사장 집단 성명 발표를 이끌었던 박재억 수원지검장이 17일 사의를 표했다. 박 지검장을 비롯해 성명 발표에 동참했던 검사장 18명을 평검사로 사실상 강등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인사 압박이 이어진 데 대한 항의 차원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송강 광주고검장도 사의를 밝히면서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가 검사장 등 고위 간부들의 ‘줄사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권과 검찰 간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박 지검장은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사의를 표했다. 지난 10일 전국 일선 검사장 17명과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 결정 경위를 밝히라는 취지의 성명을 낸 지 일주일 만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박 지검장이 성명을 낸 검사장 중 가장 선임인 만큼 책임지겠다는 의미로 사의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사파면법, 검사장 강등 등 여당과 정부에서 인사 압박 조치를 검토하고 나서자 후배 검사장들을 대표해 사의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그가 초대 본부장으로 내정됐던 마약범죄 전담 합동수사본부 출범도 연기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사장 강등 등 여권의 강경 대응 방침이 다른 검사장들의 동반 사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 사정을 잘 아는 한 법조 관계자는 “항소 포기라는 검사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항명’ 운운하는 현 상황에 회의감을 느끼는 검사장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이번 항명 사태와 직접적 관련이 없었던 송 고검장도 사의를 표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여권의 강경대응 검토와 관련,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와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장 강등 검토에 대해 검찰 내 반발 우려가 나온다는 질문에는 “특별히 그런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날 공식 첫 출근을 한 구자현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 차장)도 구체적 언급을 피하면서 조직 수습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법무부와 대검 수뇌부가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하는 사이 검찰 내부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업무상 위법 또는 부당해 보이는 상황에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는 공무원들에게 징계하고 처벌하고 강등시키겠다고 한다”며 “다수의 정치인이 어처구니없는 겁박을 하고, 그 겁박을 현실화할 법을 만들겠다면서 눈을 부라리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항소 포기 사태의 전말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한 검찰 간부는 “모든 팩트가 확인되고 상황이 마무리돼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몇 년 뒤 수사한다면서 또 진실 공방을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한주 박재현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