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 <66> 에스라

입력 2025-11-18 03:07

모세의 서책에 기록된 활자 하나하나
그의 손가락 끝에서
꽃이 되고 불이 되고 별이 돼
이스라엘의 어두운 밤하늘을 밝혔지요
바벨론 노예 소년으로 태어났으나
영민한 지혜와 신념과 꿈으로 단련돼
그 어떤 무력으로도 굽힐 수 없는
사랑과 진리의 철필이 돼
부패한 종교와 역사의 심장을 도려내고
고토로 돌아가는 꿈의 그림을 그렸어요
바사왕 고레스가 그의 모든 이야기를 들어줬을 때
성전을 건축할 재물까지 선물 받아
사랑하는 백성들과 함께
꿈에도 그리워하던 예루살렘으로 돌아왔지요
칼이 아니라 붓으로
불이 아니라 꽃으로
길이 사라진 폐허에 길을 내며
끝끝내 돌아왔지요.

소강석 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에스라는 율법학자이자 제사장이고 서기관이다. 구약의 기록에 따르면 그는 제1성전의 마지막 대제사장 스라야의 후손이고 예루살렘 귀환 이후 제2성전의 제사장이었던 예수아의 먼 친척이었다. 그는 바벨론 유배에서 돌아와 모세의 율법을 다시 일깨운 선하고 뛰어난 학자였다. 시인은 그 율법의 언어가 '그의 손가락 끝에서 꽃이 되고 불이 되고 별이 돼' 이스라엘의 '어두운 밤하늘'을 밝혔다고 썼다. '사랑과 진리의 철필'이 '고토로 돌아가는 꿈의 그림'을 그렸다고 표현했다. 또한 '영민한 지혜와 신념과 꿈으로 단련'돼 있었기에 그 모든 것이 가능했다고 유추한다. '칼이 아닌 붓'으로 '불이 아닌 꽃'으로 길이 사라진 폐허에 새길을 낸 지도자가 에스라라는 것이 시인의 평가다.

-해설: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