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 전 대표와 정치적 대척점에 서 있는 장동혁 대표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장 대표는 한 전 대표가 고개를 들자 ‘당원게시판 의혹’ 당무감사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한 전 대표는 물론 당내 친한계를 정리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드러냈다. ‘돌이킬 수 없는’ 두 사람의 관계가 점차 보수진영의 주도권 다툼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한 전 대표는 검찰이 항소 포기한 지난 7일 “대한민국 검찰은 자살했다”며 야권 인사 중 가장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후 17일까지 관련 내용을 다룬 페이스북 글만 100개가 넘는다. 한 전 대표는 전날 “지금 독재로 가는 이 길목이, 우리가 제대로 못하면 황산벌이 될 것이고 제대로 해내면 울돌목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좋은 정치를 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사람인데, 제가 왜 출마를 안 하겠다고 선언하겠느냐”고 했다. 지방선거와 같이 열리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를 암시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한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는 “외곽에 머물던 한 전 대표가 여의도 이슈에 본격적으로 참전한 것”이라며 “당에서 한동훈만큼 이재명정권과 싸우는 사람이 누가 있나. 결국 선거 국면에서 압박을 받는 건 장 대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대표는 전날 유튜브에 출연해 ‘당원게시판 의혹’을 꺼내 들었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많은 분이 당대표 되자마자 왜 그것을 정리하지 않았냐라고 말씀하신다”며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고민을 하겠지만 하겠다고 한 것은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영향력이 더 커지면 쳐내기 힘든 것 아니냐’는 질의에 “전략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어떤 명분과 시기 등에 대한 판단 없이 하게 되면, 그냥 결정을 내렸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들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역풍을 방지하기 위한 시기와 방법이 문제일 뿐 ‘쳐내는 것’은 상수라는 의미다.
당 안팎에선 이미 지도부가 친한계 정리 수순에 돌입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무감사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원게시판 문제와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 정도는 하고 있다”며 “완전히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내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회부됐던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의 징계 수위를 낮췄던 여상원 당 윤리위원장도 조만간 교체될 방침이다. 여 위원장은 “(지도부가 아닌) 다른 경로로 사퇴 요청을 받았다. 사퇴하라니 떠날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