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제조업 경계 무너져… 다음 단계는 피지컬 AI”

입력 2025-11-18 00:10

“인공지능(AI) 시대에는 국내 제조업체들이 언제 어떤 회사에 의해 대체될지 모릅니다. AI로 제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영환 고려대 융합연구원 디지털혁신연구센터장은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AX 이니셔티브 컨퍼런스’에서 “AI 시대의 본질은 ‘전환’이 아닌 ‘확장’”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정보산업연합회(FKII)가 공동 주최한 컨퍼런스는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하는 피지컬 AI 흐름 속에서 산업·정책 대응 방향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센터장은 “가상 현실에서 이상적인 스마트공장이나 제품, 서비스를 먼저 만들고 현실에 접목하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며 “AI 발전으로 개인·기업이 업종과 전문성을 넘나들고 제조 업계의 피지컬 AI 시도도 가속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피지컬 AI는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AI를 말한다.

무협과 고려대 융합연구원이 공동수행한 AI 도입 효과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소 제조업 AI 도입은 아직 0.1% 수준에 불과하다. AI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 이유는 ‘기술 활용 법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52.7%로 가장 많았다.

이 센터장은 조선·해양 기자재 기업 ‘파나시아’가 근로자 안전을 위한 AI 시스템을 개발해 이를 패키지 상품으로 판매한 사례, 콘택트렌즈 제조 기업 ‘인터로조’가 AI를 이용한 맞춤 생산 및 수요 예측으로 불량품을 감소시킨 사례 등을 열거하며 “새로운 산업과 기회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직원들과 AI가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산업 현장에 적용되는 AI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피지컬 AI 도입 흐름을 막을 수 없으며 이를 시도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생산 및 기술 격차가 점점 더 커질거라고 입을 모았다.

장영재(사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국내 제조업이 숙련 인력의 경험 의존에서 벗어나 공장을 소프트웨어 중심의 ‘지능형 운영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장 교수는 “공장이 하나의 AI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피지컬 AI 공장을 위한 표준화 작업, 성능 개선을 위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인호 무협 부회장은 “AI는 현실 세계에서 직접 작동하며 제조업의 구조를 바꾸는 생존 전략이 됐다”며 “기업의 AI 내재화 컨설팅 등 산업 전반의 AI 활용 역량을 높이는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