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9000 외국인, 125억 집 현금 구매… 부동산 위법 의심 행위 290건 적발

입력 2025-11-18 02:05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국내에서 연봉 약 9000만원을 받는 30대 외국인 A씨는 현금 125억원을 주고 서울의 단독주택을 사들였다. 제3국 은행을 거쳐 해외 사업소득을 국내 은행으로 입금해 자금을 조달했다. 국토교통부는 A씨가 국내 과세 당국에 구체적인 자금 원천을 소명하지 않은 점을 확인하고 자금 조달 출처 불분명으로 국세청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 5월까지의 거래신고분 중 외국인 주택 이상거래 438건에 대한 기획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47.9%)에 달하는 210건 거래에서 290건의 위법 의심 행위를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적발된 위법 의심거래 중에는 실제와 다른 계약일·계약금액을 기재하는 ‘거짓 신고’가 162건으로 가장 많았다. 부모 등 특수관계인이 주택 거래대금을 자녀에게 빌려주면서 차용증을 작성하지 않는 등 ‘편법증여’가 의심되는 사례도 57건이었다.

해외 자금을 불법 반입한 정황도 39건 적발됐다. 외국인 B씨는 서울 주택 4채를 17억3500만원에 사들였는데, 이 중 5억7000만원은 입국 시 외화 반입 신고를 하지 않고 가져온 현금으로 조달하거나 같은 국적 지인들에게서 ‘환치기’(외국환 은행을 거치지 않고 자금을 불법 반입하는 행위)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의심된다. 국내 임대업이 제한된 방문취업 비자(H-2)로 허가 없이 임대업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5건)도 있었다.

적발된 위법 의심 행위를 국적별로 보면 중국인이 125건(46.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인(78건·29.0%), 호주(21건·7.8%), 캐나다(14건·5.2%) 등이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88건, 경기 61건, 충남 48건, 인천 32건 순이었다.

국무조정실 부동산 감독 추진단은 이날 제2차 부동산 불법행위 대응 협의회에서 적발 사안을 경찰청, 국세청, 법무부 등 관계 기관과 공유하고 세무조사, 대출금 회수 등 후속 조치를 이어가기로 했다. 외국인의 위법 부동산 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법적 제재 및 처벌 수위를 상향하는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탈세 혐의 및 의심 거래가 드러나면 본국에 통보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 7월 사이 이뤄진 외국인의 비주택(오피스텔), 토지 거래 중 이상거래 167건에 대해 진행 중인 기획조사도 연내 마무리할 방침이다.

정부는 외국인 대상 기획조사 외에 외국인 ‘갭투자’를 전면 금지한 상태다. 정부가 지난 8월 26일부터 서울 전역과 경기·인천 주요 지역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다. 오피스텔 외에 아파트와 단독주택, 연립·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 등 주거용 주택에 모두 적용된다.

해당 조치 여파로 지난달 기준 수도권에서 아파트, 연립·다세대주택 등 집합건물을 매수해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외국인은 560명으로 2023년 2월(427명) 이후 2년8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