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확산과 함께 전력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전 세계가 AI 시대를 뒷받침할 전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아예 지구 밖 우주 공간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무한한 태양 에너지를 바로 공급받겠다는 구상을 현실화하고 있다.
17일 AI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구글 엔비디아 스타클라우드 등은 경쟁적으로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에 뛰어들고 있다. 우주 데이터센터는 인공위성에 그래픽처리장치(GPU), 텐서처리장치(TPU) 등 AI 칩을 대량으로 탑재한 뒤 쏘아올려 우주 공간에서 AI 연산을 수행하는 개념이다.
기업들이 우주 공간에 주목하는 이유는 풍부하고 안정적인 태양에너지 때문이다. 우주에는 구름, 비 등 날씨 변화에 구애받지 않고 24시간 무한한 태양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생산한 전력으로 서버를 가동하고 연산 결과는 위성 간 광(레이저) 통신을 이용해 지상으로 전송하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이달 초 스타트업 스타클라우드와 함께 자사 GPU ‘H100’을 탑재한 첫 인공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스타클라우드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블랙웰’ 역시 궤도에 투입해 4㎞ 길이의 태양광 패널과 5기가와트(GW)급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필립 존스턴 스타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10년 안에 모든 신규 데이터센터는 우주에 건설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도 ‘선캐처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2027년에 구글 TPU 칩을 탑재한 시험용 인공위성 2기를 발사하고 2035년까지 우주 AI 연산 클러스터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글 측은 “태양은 인류 전체 전력 생산량의 100조배 넘는 에너지를 방출한다”며 “우주는 엄청난 AI 컴퓨팅 확장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태양광 기반 신형 스타링크 위성을 활용한 데이터센터 모델을 준비 중이다.
우주 데이터센터의 경우 전력비를 지상 대비 최대 70분의 1 수준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스타클라우드에 따르면 지상에서 40메가와트(㎿)급 데이터센터를 10년간 운영할 경우 전력비로만 1억4000만 달러(약 2040억)가 투입되지만 우주 데이터센터에는 태양광 어레이 비용인 200만 달러(약 30억원)만 요구됐다. 현실화될 경우 가성비 측면에서도 우주 데이터센터가 낫다는 얘기다.
세계 각국 정부도 지원에 나서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산하 벤처 투자기관 인큐텔은 스타클라우드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프랑스 위성 제작 기업에 200만 유로(약 34억원)를 지원하며 정부 주도로 우주 데이터센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삼체 연산 위성군’ 프로젝트를 시작해 지난 5월 AI 연산 능력을 갖춘 위성 12기를 쏘아올렸다. 최종적으로 AI 위성 2800개 규모의 대형 우주 컴퓨팅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