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편의점에서 일하는 중국인 유학생 A씨(28)는 최근 새벽 근무를 하다 술 취한 손님에게 “너, 중국인이지”라는 말을 들었다. 손님은 “왜 중국인이 여기서 일하느냐”며 시비를 걸었다. A씨 신고를 받고 편의점에 출동한 경찰은 상황을 확인한 뒤 취객에게 가벼운 주의만 주고 돌아갔다. A씨는 17일 “한국어가 어눌한 탓에 설명을 제대로 못한 점도 있지만 경찰이 나보다는 손님 말을 더 믿는 듯했다”며 “외국인이기 때문에 차별받는 상황이 익숙하면서도 속상하다”고 했다.
음식점,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출신 국가 또는 미숙한 한국어 등을 이유로 차별받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3월 발표한 2024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상주 외국인(2024년 5월 기준) 약 156만명 가운데 17.4%가 차별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체류자격 유형별로 보면 차별 경험률은 외국인 유학생이 27.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유학생들은 차별받은 이유로 출신 국가(50.0%), 한국어 능력(37.5%), 외모(9.9%), 경제력(1.1%) 등을 꼽았다.
외국인 차별은 폭력 행위로 이어지기도 한다. 미얀마 출신 유학생 B씨(41)는 과거 인천 부평구 한 골목길에서 술에 취한 50대 남성에게 폭행을 당했다. 가해 남성은 “이주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욕설을 퍼부은 뒤 주먹을 휘둘렀다. B씨는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지만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면서 ‘유학생 등이 국내 일자리를 전부 빼앗는다’는 등의 근거 없는 외국인 혐오 현상도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에 따르면 유학(D-2)이나 어학연수(D-4) 자격으로 들어온 외국인은 2022년 19만7000명에서 2024년 26만3000명으로 33.5% 증가했다. 이들은 내국인이 꺼리는 홀서빙과 주방보조 등의 서비스 직종 아르바이트를 주로 하고 있다.
유학생의 경우 일정 기준 이상의 한국어 능력과 학교 유학생 담당자 확인이 있으면 아르바이트 등의 시간제 근로 신청이 가능하다. 다만 사회 통념상 학생 신분을 넘어서지 않는 범위여야 하고, 택배·대리기사 등의 특수형태 근로나 건설업 등의 활동은 제한돼 있다. 근로 여부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심사를 통해 결정된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혐오 정서가 깊어진 상황에서 외국인 차별 문제가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학들이 등록금 확보 수단으로 유학생을 대거 유치하는 데만 급급한 점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손인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교수는 “국내 대학이 유학생들의 수업 적응이나 취업 지원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학생의 노동권 등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