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에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분계선(MDL) 기준선 설정을 위한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했다.
국방부는 17일 김홍철 국방정책실장 명의 담화를 내고 “남북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남북 군사 당국 회담을 개최해 군사분계선의 기준선 설정에 대해 논의할 것을 공식 제안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갑작스럽게 군사회담을 제안한 것은 MDL 인근의 긴장감 완화를 위해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시 설치했던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상당수 유실돼 일부 지역 경계선에 대해 남북 간 인식 차이가 있었다”며 “이에 우리 군은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군사분계선 기준선 설정에 대한 논의를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MDL에는 정전협정 직후 경계 푯말이 설치됐는데 지형이 굴곡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나무가 우거져 식별이 어려운 상태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군이 MDL을 침범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공식적인 담화로 남북회담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유엔사 등 비공식 경로로 수차례 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언론을 활용해 대화 제안에 나선 것이다. 문재인정부 때인 2018년 1월에도 조명균 당시 통일부 장관이 언론을 통해 고위급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안했고 북한이 사흘 만에 수용 답변을 내놓은 전례가 있다.
다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북한은 2018년과 달리 남한을 ‘적대적 국가’로 규정했고 후속 조치로 MDL 인근 국경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회담 제안 배경으로 언급한 MDL 인근 긴장감은 남한의 위협에 따른 결과라고 해석할 가능성이 있어 북한이 대화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대화에 응해서 얻는 이익이 없고 오히려 (군사회담이) ‘적대적 두 국가’라는 전략적 의지가 흐려진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준상 이동환 송태화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