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 재정 정책’ ‘이창용 발언’에 불안한 채권 시장

입력 2025-11-18 00:2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4일 한국은행 별관에서 한국은행과 금융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단기금융시장 발전과 코파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 콘퍼런스에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준금리와 국고채 3년물 간 금리 차가 평시의 2배 가까이 벌어지는 등 채권 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이재명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으로 인해 국채 공급 부담이 커진 채권 시장에 ‘향후 기준금리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더해진 결과다. 채권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금융 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2.914%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14일 장중 기록(연 2.977%)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기준금리(2.5%)와 차이는 14일 장중 최고점 기준 0.477% 포인트로 장기 평균(2015년 이후·0.25% 포인트)의 2배에 육박한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2.5% 선이었다. 불과 한 달 만에 0.5% 포인트에 육박하는 상승세가 나타난 것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단기간에 치솟아 3%를 향하는 현 상황은 비정상적이라는 것이 채권 시장의 평가다.


국고채는 금리 수준만 높아진 게 아니라 변동성도 커졌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2일 장중 0.1% 포인트 이상의 변동 폭을 기록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위축된 투자 심리(투심) 흐름은 레고랜드 사태 때와 비교될 정도”라면서 “올해는 국고채 금리 상승세가 약 한 달간 계속 이어졌다는 것이 특이점”이라고 말했다. 레고랜드 사태 직후인 2022년 10월 중순에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매일 장중 0.1% 포인트씩 오르내렸다.

국고채 금리가 요동치는 배경에는 확장 재정 정책도 있다. 정부가 2026년도 본예산 규모를 역대 최대인 728조원으로 정하고 올해 제2차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면서 국채 발행 물량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달 국고채 경쟁 입찰 규모는 15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6조1000억원의 2배를 훌쩍 넘는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가 가뜩이나 악재가 큰 채권 시장의 뺨을 때린 격”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와 국고채 3년물 간 금리 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관건은 오는 27일 열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직후 이 총재의 발언 수위다. 채권 시장에서는 그가 “기준금리 인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하고 통화정책방향문에 ‘인하 기조’ 문구를 넣는 것이 시장 금리를 안정시킬 최선의 시나리오로 본다. 그러나 이 총재가 매파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한다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대에서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국이 국고채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계획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때와 2020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당국이 국고채와 RP를 매입해 시장에 직접 개입했을 당시 금리는 약 열흘 만에 안정됐다. 안 연구원은 “시장 안정 조치 없이 투심 진정을 기대할 시점은 지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