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선 결선투표에서 복지 강화를 공약한 공산당 소속 후보와 ‘트럼프 스타일’ 정책을 내세우는 강성 우파 후보가 맞붙게 됐다. 만약 보수 후보가 당선돼 정권이 교체되면 남미 전역의 ‘블루 타이드’(blue tide·우파 물결)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칠레 선거관리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개표율 94.59% 기준 칠레공산당 소속 히아네트 하라(51) 후보가 26.78%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2위는 강성 우파 성향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9) 공화당 후보로 24.02%를 얻었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다음 달 14일 결선투표에서 1·2위 후보가 양자 대결을 벌인다.
앞서 진보 진영 단일화 선거에서 승리한 하라 후보는 칠레공산당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집권당 지지를 받고 있다. 복지 강화와 정부 지출 확대를 공약했고 중도층 포섭을 위해 공산당 탈당 가능성도 시사했다. 변호사 출신 하원 4선 의원인 카스트 후보는 세 번째로 대권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치적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불법 이민자 대량 추방과 국경 장벽 설치 등이 주요 공약이다.
칠레에선 1973~1990년 피노체트 독재 정권이 이어진 후 중도좌파연합이 20년간 집권했다. 2010년 중도우파로 정권이 바뀐 후 4년마다 ‘핑퐁식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현 대통령은 2022년 3월 취임한 좌파 성향 가브리엘 보리치(39) 대통령이다.
외신에 따르면 결선투표에선 보수표 집결 효과로 카스트의 경쟁력이 더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 정부와 진보 진영은 치안과 실업 등 문제 해결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달 말 여론조사에서 보리치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28%였다. 결선투표를 가정한 조사에선 카스트가 41%, 하라가 33%로 집계됐다.
카스트가 당선될 경우 남미의 보수 집권 흐름에 칠레도 합류하게 된다. 앞서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등에서 우파 정권이 등장했고 지난 9일 볼리비아에서도 중도우파 성향 로드리고 파스 대통령이 취임해 좌파 집권 시대가 20년 만에 종식됐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