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해외 팬들 캐리어 맡길 곳 없다… 무허가 보관 급증

입력 2025-11-17 18:57

지난달 19일 인천 서구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이날 유명 아이돌콘서트가 열린 경기장 인근 공터에는 캐리어 수십 개가 쌓였다. 해당 공터에는 짐을 보관 중이라는 표식도 없이 사실상 방치된 상태였다.

외국인 관광객 A씨는 “SNS 게시글을 보고 간이 보관소인 줄 알고 2만원을 내고 짐을 맡겼다”며 “하지만 현장에는 안내표시도 없고 땅바닥에 짐이 무방비로 놓여 있어 소지품이 분실되거나 파손될까봐 걱정됐다”고 말했다.

1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형 K팝 공연이 열리는 국내 대형 경기장 주변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무허가 사설 캐리어 보관이 급증하고 있다. 공연장 내 캐리어 반입이 금지되면서 해외 관람객들이 현장 인근의 사설 업체를 이용하고 있지만 보안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분실·도난 시 보상체계도 없어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에서는 콘서트 당일 캐리어를 맡아주겠다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4월 세계적 밴드 콜드플레이 콘서트가 열렸던 날에는 ‘콘서트 공연장이 집에서 매우 가까우니 집에 짐을 맡아줄 수 있다’ ‘콘서트 당일 버스정류장으로 캐리어를 들고 오면 차량을 끌고 와서 짐을 맡아주겠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보관업자는 오픈 채팅방을 개설해 이용자를 모집하면서 캐리어 1개당 3~4시간 보관에 1만원, 4~5시간 기준 1만5000원, 5~6시간 기준 2만원, 6시간 초과 2만5000원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이처럼 개인이 타인의 물품을 유상으로 보관하려면 사업자등록 등이 필요하지만 외국인을 상대로 짐을 맡아주는 서비스는 대부분 무허가로 운영되고 있다. 보관업자는 물품 파손이나 분실에 대비해 손해배상 보험에도 가입해야 하지만 관련 안내는 찾아보기 어렵고 실제 가입 여부 역시 불투명하다. 공연장 인근 공터에 캐리어가 무질서하게 쌓여 있는 경우 자칫 행인들에게 사고를 유발하거나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설 보관 서비스가 늘어나는 현실에 맞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지하철 보관함에는 큰 캐리어가 들어가지 않아서 관광객들이 사설 서비스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라며 “관광안내 등 공공시설에서 여행객의 짐을 보관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설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