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중동·아프리카 순방길에 오르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사법부 등을 두고 연일 쏟아내던 강경 발언을 중단했다. 민주당은 그간 이 대통령이 공들인 주요 외교 이벤트 때마다 민감한 정치 현안을 부각하며 대통령 성과를 묻히게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사법부 관련 이슈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 외교 일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길 바라며 민주당도 성공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고, 김 원내대표도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 좋은 성과가 있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전현희 수석최고위원 등 일부 지도부가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요구했으나 민주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고 거리를 뒀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 최고위원) 발언은 애초 지귀연 재판부가 연내 재판을 마무리하겠다고 국민께 약속한 것을 지키라는 취지”라며 선을 그었다.
민주당이 몸을 낮춘 것은 ‘대통령 순방 기간만큼은 집권여당으로서 외교 성과 지원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내부 공감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 지지층 사이에선 당 지도부가 대통령을 돕지 않고 ‘자기 정치’에만 몰두한다는 불만이 고조돼 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 40여명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외압 의혹 규탄집회를 열었다. 장동혁 대표는 “이 대통령은 (대장동 범죄수익) 7800억원을 범죄자 뱃속에 집어넣어 놓고 공군 1호기(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해외로 ‘먹튀’한다”며 “돌아오면 기다리는 건 국정조사, 그 다음은 특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대장동 일당은 뻔뻔하게 추징을 위해 보전했던 재산을 풀어 달라고 당당히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국가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협박한다”며 “두목을 믿고 회칼과 쇠파이프를 들고 날뛰는 조폭을 보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통령이란 뒷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에도 화력을 집중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공무원의 PC·휴대전화를 마구잡이로 뒤지고, 제보센터를 만들어 동료직원 고발을 수집하는 건 북한에서나 목도할 불법사찰”이라며 “공무원의 휴대전화를 그렇게 들여다보려면 먼저 최고위 공무원인 이 대통령 것부터 파헤쳐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형민 김혜원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