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돌이킬 수 없다”며 계엄 선포를 강행했다고 증언했다. 최 전 부총리 자신은 “절대 안 된다”며 만류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다. 오는 27일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둔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증언을 거부했다.
최 전 부총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계엄 선포 당일 오후 9시쯤 연락을 받고 안경도 못 쓴 채 대통령실로 향했다고 밝혔다. 계엄 선포 계획을 알게 된 뒤 집무실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어떤 이유로도 계엄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지만 “대통령으로서 결정한 것이다. 준비가 다 돼 있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다”는 취지의 윤 전 대통령 답변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최 전 부총리는 한 전 총리가 계엄을 반대하는 모습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증언했다. 특검 측이 “증인이 (한 전 총리에게) ‘왜 반대 안 하셨느냐. 50년 공직 생활을 이렇게 마무리하고 싶으시냐’고 말했다는 증언이 있다”고 말하자 최 전 부총리는 “그런 취지의 말을 했을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같이 더 만류해야 하지 않나란 생각이 들어 조금 강하게 쓴소리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최 전 부총리는 계엄 선포 국무회의가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이 ‘2분 회의’ 후 대접견실을 나갈 때만 해도 바로 계엄을 선포할 줄 몰랐다는 것이다. 그는 “나중에 서명하라는 이야기를 들은 뒤에야 회의였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이 건넨 ‘국회 무력화 문건’과 관련해서는 “(문건을 확인하는 CCTV 영상 속 모습이) 기억과 달라 당황스럽다”면서도 “관련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추 전 원내대표는 “관련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며 “부득이하게 일체의 증언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내란 특검은 지난 3일 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로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증언 거부를 허용한다”면서도 “부총리도 하셨는데 당당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이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재판에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노 전 사령관은 민간인 신분으로 국군정보사령부 요원들의 신상정보를 넘겨받고, 군 승진 인사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노 전 사령관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1심 선고일은 다음 달 15일로, 내란 관련 형사사건 중 첫 판결이 될 전망이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