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조치 촉구” vs “과도한 압박”… 종묘 정면충돌

입력 2025-11-18 02:04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국가유산청, 종묘 앞 세운재정비촉진계획 관련 입장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종묘 앞 세운4구역 개발을 둘러싸고 국가유산청과 서울시가 정면으로 충돌하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유산청이 유네스코로부터 종묘 경관 훼손 우려와 함께 강력한 조치를 요구받았다며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공식 요구하자 서울시는 “과도한 압박”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17일 “유네스코로부터 강력한 조치를 요구받고, 서울시에 세계유산영향평가를 통한 해법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유산청과 서울시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조정회의’ 구성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앞서 유네스코는 지난 15일 세운4구역 고층건물이 종묘의 경관을 훼손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에 대한 공식 조치를 촉구하는 외교문서를 유산청에 전달했다.

허 청장은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세계유산협약 당사국들이 유네스코 지침에 따라 준수·이행하는 국제 수준의 보존관리 제도로서 세계유산 가치가 보호되는 선에서 공존 가능한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시의 개발계획이 종묘 가치를 훼손할지, 오히려 돋보이게 할지는 유네스코 권고대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거쳐 입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즉각 반박 입장을 냈다. 이민경 서울시 대변인은 “허 청장이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사업과 관련해 종묘 경관 훼손 가능성을 반복 제기하며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지속 압박하는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유산청은 평가 시행의 법적 전제가 되는 세계유산지구 지정조차 오랫동안 하지 않고 있다가 세운4구역 재개발이 쟁점화되자 뒤늦게 지정했다”며 “유산청이 그간 본연의 역할을 이행하지 않다가 서울시의 특정 사업을 겨냥해 행동에 나섰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산청장이 마치 종묘가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잃을 것처럼 호도해서는 안 된다”며 “과도한 주장이 오히려 종묘의 세계유산적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언행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다만 유산청이 제안한 관계기관 조정회의에 대해서는 “적극 환영한다”며 “수십년간 개발 지연으로 피해를 겪어 온 종로 지역주민들도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역제안했다.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황인호 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