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버스 예견된 사고였다… ‘이물질 닿음’ 열흘간 13건 보고

입력 2025-11-17 18:57 수정 2025-11-18 00:07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들이 여의도 한강버스 선착장에서 사고 이후에도 운행을 강행한 서울시를 규탄하며 한강버스 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권현구 기자

한강버스 운항 도중 선박이 강바닥이나 이물질에 닿았다는 보고가 지난 7일 이후 열흘 새 무려 13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흐르는 물이 적은 갈수기에 접어들며 한강 수위가 낮아진 탓이다. 앞서 한강버스가 지난 15일 잠실선착장 인근 강바닥에 걸려 멈춰선 탓에 승객 82명이 한강 한복판에서 1시간 넘게 고립된 바 있다. 갈수기에도 운항을 강행하다 예견된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선직 주식회사 한강버스 대표는 1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선체가 바닥의 무언가에 닿았다는 보고가 15건 들어왔다”며 “강바닥에 스쳤을 수도 있고 통나무나 밧줄 등 이물질에 닿았을 수도 있어 더 정밀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모두 정상 항로를 운항하다 나온 보고다. 15건 중 13건이 지난 7일 이후 집중됐다.

최근 좌초 사고가 발생한 한강버스 김선직 대표가 1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브리핑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정상 항로에서 잇달아 무언가에 닿는 일이 발생했음에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강버스는 물에 잠기는 깊이와 스케그(선박 하부 구조물) 길이를 고려해 최소 2.8m의 수심을 확보해야 안정적으로 운항할 수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지금은 연중 수심이 가장 낮은 갈수기다. 이렇게까지 수심이 낮아질 것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에 한남대교 상류 옥수·압구정·뚝섬·잠실선착장 구간 운항을 전날 중단했다. 관련 보고가 접수된 지 9일이 지나서야 항로 내 이물질을 제거하고 적절한 수심을 확보하기 위한 준설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한강버스는 당분간 한남대교 하류 마곡·망원·여의도선착장 구간만 정상 운항한다. 완전 운항은 안전 확보를 위한 작업을 마치는 대로 재개될 예정이다.

다만 서울시와 주식회사 한강버스는 직접적인 사고 원인을 102호선의 항로 이탈로 보고 있다. 해당 선박이 항로 부근 수심이 낮은 잠실선착장 118m 지점에서 강바닥에 걸려 움직일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또 배터리 문제로 항로 표시등 밝기가 평소보다 어두워 선장이 항로를 벗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잠실선착장 인근에 묻혀 있는 가스관과 한강버스가 부딪쳐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진영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가스관은 콘크리트 더미가 둘러싸고 있어 일반적인 충돌로 파손되지 않게 돼 있다”고 말했다. 또 “가스관 위치를 고려해 항로 수심을 확보했다”며 “항로를 준수하면 매설된 가스관과 관계없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식회사 한강버스는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와 유람선 운영사 이크루즈가 공동 출자해 각각 51%, 49%의 지분을 갖고 있는 민간회사다. SH의 대여금 876억원을 담보 없이 제공받았고 운항 적자를 조례에 따라 서울시로부터 보존받을 수 있다. 공적자금을 계속 지원받을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김 대표도 SH 임원 출신이다.

김용헌 기자 y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