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난공불락’이었던 중국에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9년부터 매년 내리막이던 중국 판매량이 올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는 중국 맞춤형 전기차와 현지인 수장을 내세워 기세를 몰아붙인다는 계획이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BHMC)는 올해 1~10월 중국에서 판매량 15만8692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13만8364대) 대비 14.7% 증가했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해 현지에 판매한 차량과 해외에 수출한 차량을 합친 수치다.
현대차는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었다. 미국 유럽 아시아에서 선전하며 완성차그룹 세계 3위라는 성과를 이어가고 있지만 유독 중국은 난공불락이었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촉발한 한·중 관계 악화가 계기였다. 베이징현대는 2018년 78만2163대를 판매한 이후 2019년 68만5126대, 2020년 38만5697대, 2021년 36만1395대, 2022년 24만8839대, 2023년 24만792대, 지난해 16만8828대로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그러다 최근 중국 공장을 수출 기지로 전환한 전략이 주효했다. 대부분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철수냐, 추가 투자냐’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수출 카드를 꺼냈다. 베이징현대의 1~10월 수출량은 5만5151대로 지난해 전체 수출량(4만4638대)을 이미 넘었다.
현대차는 중국 현지화 전략에도 소매를 걷었다. 지난달 첫 중국 전용 전기차 일렉시오의 판매를 시작했다. 철저히 중국 시장만을 겨냥해 개발한 차다. 중국에서 행운을 상징하는 ‘크리스털’ 콘셉트로 외관을 디자인했다. 중국인이 선호하는 숫자 ‘8’을 헤드램프 디자인에 적용하기도 했다. 주요 경영진은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2개월마다 중국에 모여 현지 전략을 재점검했다고 한다. 1회 충전으로 최대 722㎞(중국 기준) 주행이 가능하다.
지난 10일엔 법인장(총경리)에 리펑강 FAW-아우디 부총경리를 선임했다. 23년 만의 첫 중국인 총경리다. 자국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중국에서 ‘외국 기업’ 이미지를 벗기 위한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중국에서 역성장 고리를 끊은 건 중국 사업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 일렉시오 판매가 본격화되는 이달부터는 내수 판매량도 반등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