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대 수출 업종 위험… “5년 뒤 중국에 모두 밀린다”

입력 2025-11-18 00:16

대한민국 수출을 견인해 온 10대 주력 산업 전체가 5년 뒤에는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기업인들의 전망이 나왔다. 전 세계 시장에서 아직 우위를 지키고 있는 반도체와 전기·전자, 조선 업종조차 기업경쟁력에서 중국에 뒤처질 것이란 관측이다. 국내 산업 전반에 중국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10대 수출 주력 업종 기업 2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한·미·일·중 경쟁력 현황 및 전망 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7일 밝혔다. 조사 대상 업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전자(컴퓨터·무선통신기기·가전), 자동차·부품, 일반기계, 이차전지, 선박, 석유화학·제품, 바이오 헬스 등이다.

이번 조사 응답 기업들은 현재 가장 위협적인 경쟁국으로 중국(62.5%)을 지목했다. 미국은 22.5%, 일본은 9.5%로 나타났다. 5년 뒤 예상되는 최대 경쟁국 역시 중국(68.5%)을 꼽은 기업들이 월등히 많았다. 한국의 기업경쟁력을 ‘100’으로 가정하고 경쟁국의 수준을 묻는 항목에는 올해 기준 미국 107.2, 중국 102.2, 일본 93.5 순으로 답변했다. 2030년 전망치는 미국 112.9, 중국 112.3, 일본 95.0로 나왔다.


기업들은 반도체, 전기·전자, 선박, 석유화학·제품, 바이오 헬스 5개 업종에서 현재 한국 경쟁력이 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철강, 일반기계,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자동차·부품 5개 종목은 이미 중국이 우위라고 답했다.

5년 뒤인 2030년 전망치는 더욱 암울했다. 응답 기업들은 기존의 중국 우위 업종에서는 한·중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한국이 현재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반도체, 선박 등 나머지 5개 업종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한국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기업들이 지목한 경쟁력 약화 요인은 복합적이었다. 국내 제품경쟁력 약화(21.9%), 대외 리스크 증가(20.4%), 인구감소·내수 부진(19.6%), 인공지능(AI) 등 핵심기술 인력 부족(18.5%), 경직된 노동시장과 규제(11.3%) 등이 두루 지목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중국의 질주 속에 한국의 주력 산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월 될 위험에 놓여있다는 경고로도 풀이된다. 한경협은 “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6대(가격·생산성·정부 지원·전문인력·핵심기술·상품 브랜드) 요소 중 중국은 6개 전부를, 미국은 생산성을 뺀 5개 요소에서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