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의료인력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지역의사제가 제대로 도입·시행되려면 지역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지역의사의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교육·수련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의무복무 이탈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입법공청회에서 “지역에 의사를 몇 명 더 배치할 것인가가 아니라 지역에서 암·심뇌혈관·응급질환을 믿고 치료받을 수 있는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 발의돼 있는 법안에는 지역의사제로 양성된 의사가 의무복무하는 내용만 있을 뿐 지역 주민의 신뢰를 얻는 주체로 성장할 만한 교육·수련·경력 경로 설계가 부족하다고 김 이사는 분석했다. 그는 발제문에서 “젊은 의사를 10년간 묶어두는 구조로는 우수 인재가 유입될 리 없다”며 “지역주민에게 ‘지역의사는 2등 의사’라는 낙인을 강화할 위험도 크다”고 봤다. 이날 공청회에서 논의된 4개의 지역의사제 법안은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들어온 의대 신입생들에게 학비 등을 지원한 후 일정 기간 의무복무하게 한다는 것을 기본 골격으로 한다.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거쳐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이를 둘러싼 위헌 논란에 대해 박지용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김유일 대한의학회 지역의료정책이사(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과도한 처벌로 이탈을 막는 것보다 여러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이탈을 방지할 유인책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지난 9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지역의사제법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지역의사전형 선발 비율은 시행령에서 정하는데,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이 현재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어 이르면 2027학번부터 지역의사 전형 신입생 선발이 이뤄질 전망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