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한·일전 야구 10연패

입력 2025-11-18 00:40

스포츠에서 한·일전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가위바위보라도 일본에 져서는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단순한 승패를 넘어 자존심의 문제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일본과 ‘프로 1군 맞대결’에서 승리한 건 2015년이 마지막이다. 2017년 이후엔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 우승팀 LA 다저스의 핵심 선수가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일본 선수라는 점은, 내년 3월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일본이 압도적인 전력을 가질 수 있음을 예고한다.

지난 주말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K베이스볼 시리즈 2연전에서도 그 격차는 드러났다. 15일에는 4-11로 완패했고, 16일은 7-7로 비겼다. 9회말 투아웃에 터진 김주원의 홈런포가 패전을 지우긴 했지만, 현실은 한·일전 10연패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투수다. 평균 22.1세의 젊은 투수진은 4만 관중의 압박 속에 멘탈과 제구가 모두 흔들렸다. 최고 시속 150㎞를 넘나드는 선수들이었지만, 정작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했다. 이틀간 무려 21개의 볼넷을 허용했고, 2차전에선 7실점 중 4점을 밀어내기 볼넷으로 내줬다.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이 도입된 한국과 달리 국제 대회는 인간 심판이 볼 판정을 한다. 이번 경기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이 유독 좁았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 역시 극복해야 할 변수다. 바늘구멍 같은 존이라도 뚫어야 하는 것이 국가대표 투수의 숙명이다. 마운드에서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하면 어떤 수비도 팀을 구할 수 없다. 안타를 맞더라도 과감하게 승부해야 한다.

올해 국내 프로야구는 사상 최초로 12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는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는 냉혹할 만큼 실력만이 기준이 된다. 지금의 투구 내용이라면 일본은커녕 같은 조의 대만 호주에게도 밀릴 수 있다. 한국 야구가 한·일전의 자존심을 되찾고 싶다면, 극적인 무승부의 달콤함보다 10연패의 쓰라림을 먼저 기억해야 한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