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대 항모, 카리브해 진입… 베네수엘라 공격 초읽기

입력 2025-11-17 18:48 수정 2025-11-17 19:00
미 해군 항공모함 제럴드포드함과 구축함 윈스턴처칠호·마한호·베인브리지호가 B-52 전략폭격기와 F-18 슈퍼호넷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13일(현지시간) 대서양에서 카리브해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미 해군은 16일 포드 항모전단이 카리브해에 진입해 작전에 돌입했다고 발표하며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해군은 1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항공모함 제럴드포드함이 카리브해에 진입해 작전에 돌입했다고 발표하며 베네수엘라 정부에 대한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마약 범죄 조직 수장으로 지목하면서 미군의 군사 공격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미 해군은 보도자료를 통해 “포드 항모전단이 16일 애너가다 항로를 통과해 카리브해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어 “남부사령부 관할 구역에서의 이 해상 작전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토 방어를 위한 초국가 범죄 조직 해체 및 마약 테러 대응 명령을 지원하라고 항모전단에 명령하면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해밀턴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16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마약 범죄 조직 수장으로 지목했다. AFP연합뉴스

애너가다 해협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인근에 있다. 대서양과 카리브해를 연결하는 해로로 베네수엘라 북부 해안으로부터 약 980㎞ 떨어진 지점에 위치해 있다. 미 해군 발표는 포드함이 애너가다 해협을 통과해 베네수엘라 쪽으로 더 근접했다는 설명이다.

미 해군은 “항모전단은 우리의 맞닿은 국경과 해상 영역을 악용하는 범죄 조직을 격퇴·해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던 스피어’ 합동 태스크포스의 하나로 이미 카리브해에 배치된 이오지마 강습상륙 준비단, 해병 원정대 등과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포드 항모전단을 포함해 서던 스피어 작전에 투입된 해군 함정이 10여척이며 해군과 해병대원은 1만2000명이라고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15일 카라카스에서 연설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남부사령부는 이와 별도로 서던 스피어 부대가 불법 마약 운반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형 선박을 폭격하는 영상도 공개했다. 해당 공격은 동태평양 국제 해역에서 진행됐으며 3명이 사망했다. 미군은 지난 9월부터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이 같은 공습을 21차례 실시해 최소 83명이 사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항모 전개 위치 등을 공개한 것은 미군이 마두로 정권의 ‘턱밑’까지 도달했음을 경고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포드함에 있는 전투기들은 베네수엘라까지 날아가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루비오 장관은 성명에서 “국무부는 ‘카르텔 데 로스 솔레스’를 24일부로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할 예정”이라며 “해당 테러·마약 조직이 마두로 대통령과 베네수엘라 군부 등 고위 인사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두로와 그의 측근들은 베네수엘라의 합법 정부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두로 축출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마두로와 약간의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들은 대화를 원한다. 나는 누구와도 대화한다”며 협상을 통한 해결 여지도 남겼다. 마두로는 페이스북에서 “베네수엘라 국민은 어떤 범죄적 침략에도 맞서 조국을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