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덕신고(전 덕신중)는 감리교 전도사였던 어덕신 장로가 1969년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한 학교다. 최근 덕신고는 건학이념과 조직 이름을 정비하며 정체성 회복에 나섰다.
3년 전 공문서 건학이념 표기에 ‘성경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기독교 학교’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지난해에는 학교법인 명칭을 ‘덕신학원’에서 ‘덕신기독학원’으로 변경했고 정관에는 교목의 주요 역할을 ‘기독교 정신에 의한 신앙교육과 학원선교 활동’이라고 명시했다. 그뿐만 아니라 신입생들에게 학교에서 진행되는 종교활동과 종교수업에 대한 참여가 필수임을 사전에 안내하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김정석 목사) 교육국이 17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호텔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덕신고의 성공 사례가 소개됐다. ‘기독교 학교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에서 김세환 덕신고 교목은 “한때 입학 지원자가 미달한 적도 있었으나 기독교 정체성을 분명히 한 뒤엔 지원자가 목표치를 초과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목은 “덕신고 재학생은 종교가 없어도 되고 다른 종교를 가질 수도 있지만 학교의 교육철학과 건학이념에 동의해야 한다”면서 “덕신고의 비전은 학원선교를 왕성하게 이뤄 한국 기독교 학교의 본보기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가 성경적 세계관을 교육의 중심에 두면서 교사들은 인성과 공동체성 이웃사랑 생명존중 등 ‘섬김의 가치’를 실천할 수 있는 교육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학교는 지경을 확대해 인천 강화지역 37개 초·중·고등학교에 학부모기도회를 세울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
콘퍼런스 참석자들은 기독사학의 목표가 선한 인재 기르기라는 점에 공감했다. 김정석 감독회장은 “기독교교육이 가져야 할 목표는 선함”이라며 “이는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것이며 이를 통해 의로움 정결함 신실함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감독회장은 “기독교 건학이념으로 세워진 학교는 학생들이 하나님의 사랑 공의 정의를 실현해 나가도록 가르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덕주 감리교신학대 명예교수는 한국 근대교육의 출발점을 1885년 고종이 헨리 G 아펜젤러(1858~1902) 선교사에게 인재 양성을 요청한 사건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선교사들은 섬김의 지도력을 세우려는 목표로 근대학교를 설립했다”며 “1908년 ‘대한제국 사립학교령’부터 교육선교 역사에서 도전과 위기가 있었지만 기독사학이 하나님 사랑을 선포하는 본래 목적을 회복할 때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김학철 연세대 교수는 학원선교의 새로운 방향으로 기독교 교양 교육을 제안했다. 그는 “기독교 교양학이나 문해력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선한 시민으로 자랄 수 있는 가치와 자원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