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 중국 견제 동참 주문하지만 균형외교 흔들리지 말아야

입력 2025-11-18 01:30
국민일보DB

미국이 ‘동맹 현대화’를 통해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 방어는 물론 중국 등을 포괄하는 역내 도전의 핵심 거점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미국 입장에서 외곽의 전방 개념이 아니라 전략적 중심 위치라는 인식 변화도 구체화되고 있는데 중국 견제가 최우선이 된 상황에서 우리의 역할을 주문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안보에서 중국 견제는 당연하지만 우리에게 중국은 경제·문화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국익 중심 균형 외교의 중심을 틀어쥐고 대응해야 할 시기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어제 주한미군사령부 홈페이지에 ‘뒤집힌 지도(East-Up Map)’와 해설을 올렸다. 브런슨 사령관은 한반도 남쪽이 중심부 위에 그려진 지도에 대해 “한국의 지리적 위치는 취약점이 아니라 전략적 이점”이라며 “이(한국에 배치된 전력의) 존재가 동북아 안정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중국 입장에선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는 가까운 위협이 된다고도 했다. 북·중·러에 대응한 한국·일본·필리핀의 협력 구조는 상호 보완적이라며 “한반도에서 형성되는 억제력이 역내 안정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고 설명했다. 중국·러시아를 포괄하는 주한미군의 다축 억제 구상을 지도로 보여준 셈이다. 그는 지도 속 한반도를 설명하며 “우리는 이미 방어선 내부에 있다”며 “한국의 위치는 북한·중국·러시아로 이어지는 세 방향 경쟁축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방어선 내부 개념을 바탕으로 연합훈련·워게임의 현실 반영 및 합동·전영역 작전 기반의 계획 고도화가 이어져야 한다고 했는데 주한미군의 임무를 강조하면서 우리의 역할도 함께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견제를 위한 안보·통상 전략에 한국을 포함시키려는 미국의 구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은 지난 14일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관련 “그 잠수함이 중국을 억제하는 데 활용되리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고 했다. 문제는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뒤집힌 지도에 대해 “침략 기도를 드러낸 침공도”라고 반발했던 것처럼 중국이 미국의 구상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중·일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도 반면교사로 삼을 대목이다.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 안보 강화와 실용적 한·중 관계 중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는 우리에게 미국의 전략 변화는 쉽지 않은 과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