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의 부메랑’ 침체 빠진 가구 산업

입력 2025-11-18 00:41
홈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이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논현가구거리에 '한샘 플리그십 논현'을 리뉴얼 오픈하며 리브랜딩한 키친바흐 신제품을 공개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코로나19 이후 ‘리빙 열풍’을 타고 급성장했던 가구 산업이 침체에 빠졌다. 건설경기 하락과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분양과 거래가 동시에 줄면서 가구 교체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가구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수천억 원을 투자했던 국내 유통 대기업들은 줄줄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침대 브랜드 지누스는 올해 3분기 약 78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업계에선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로 주택 거래가 줄어든 게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미국의 매트리스 관세 인상으로 현지 판매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 물량이 급감한 것도 실적에 발목을 잡았다. 가구 계열사 현대리바트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 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7% 급감했다. 매출은 25% 줄어든 3407억원에 그쳤다. 올 4분기에 매출 7000억원선을 넘기지 못할 경우 지난해 실적(1조8707억원)에도 미달해 6년 만에 역성장하게 된다.

롯데가 전략적으로 투자한 업계 1위 한샘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3분기 매출 4414억원, 영업이익 6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1%, 2.8% 감소했다. 신세계그룹의 신세계까사 역시 올해 3분기 적자를 냈다.

유통 대기업들의 가구 사업 부진은 부동산 규제 강화로 인한 거래 감소와 시장 양극화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올 들어 6·27 대출 규제, 9·7 공급 대책, 10·15 부동산 안정화 대책 등 집값 안정을 위한 카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규제 지역이 확대하며 주택 거래가 크게 위축됐다.

주택 공급 감소도 악재로 작용했다. 실제 올해 수도권 분양 실적은 202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국토교통부 ‘주택건설 분양실적’(공동주택)을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수도권 분양 물량은 5만3646가구(임대·조합 제외)에 그쳤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결혼·이사가 몰리는 가을 성수기조차 예년 같은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 부동산 침체로 신규 입주 물량이 줄어 가구 교체 수요가 축소됐고,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쳐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악재가 당분간 개선될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4분기는 보통 연중 최대 성수기지만 긴 추석연휴와 규제 여파로 매출이 3분기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리모델링 수요마저 위축돼 실적 정상화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저가 가구 수요가 쿠팡·오늘의집·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급격히 이동한 점도 유통 대기업의 실적 부진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케아조차 온라인 플랫폼 공세에 밀려 중저가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며 “다른 브랜드의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