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돌아온 청빙 시즌… 교회·부교역자 상생의 길은

입력 2025-11-18 03:08
게티이미지뱅크

해마다 11월은 부교역자들이 임지를 옮기는 시즌입니다. 부교역자는 교회 전도사와 부목사 등을 일컫는 말입니다.

10여년 전만 해도 부교역자들의 이동은 활발했습니다. 교회마다 이력서가 쌓이고 면접을 하느라 머리를 싸매기도 했었죠.

하지만 교세와 재정이 동반 감소하면서 ‘부교역자 이동’이 된서리를 맞고 있습니다. 있던 곳에서 안정적으로 사역하길 원하는 이들은 늘고 부교역자가 필요한 교회는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 힘들다 보니 다른 교회로의 이동도, 새로운 목회자 청빙도 어려운 이중고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목회는 성직이지만 가정을 꾸려야 하다 보니 사례비를 아예 무시할 수 없습니다. ‘목사가 세상적이다’라는 꼬리표가 달릴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생활인으로서 기본적인 삶을 꾸려 나가려는 것일 뿐, 과도한 사례를 바라는 목회자가 있는 건 아닙니다.

서울의 한 중형교회 담임인 A목사는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나와 목회관이 비슷하고 동역할 수 있는 부교역자를 모시고 싶지만 지원 자체가 많지 않다 보니 좋은 목사를 찾기보다 모나지 않은 분을 찾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물론 누굴 뽑아도 뭘 제대로 하질 못한다”고 토로했습니다.

‘MZ세대 목회자’와의 세대차도 고민거리입니다.

담임목회 경력 10년 차인 B목사는 “요즘 30·40세대 부교역자들은 스스럼없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이야기하는데 우리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면서 “교회가 김장을 해도 결국 마지막까지 교인들과 함께 일하는 건 나와 아내뿐일 때가 있다. 일일이 나와라, 같이 하자고 말하는 게 쉽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부교역자들도 할 말이 있습니다. 강원도 양구의 한 교회 C전도사는 “교회 재정이 어려운 건 잘 알지만 최소한의 근로기준이나 휴식이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 보니 안타깝다”며 “사역에 대한 열정과 소명이 있어도 장기적으로 버티기 힘들다 보니 더욱 워라밸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7년 차인 D부목사는 “담임목사님은 ‘가족 같은 공동체’를 강조하지만 정작 부교역자와 그 가정은 사각지대에 놓일 때가 적지 않다”며 “새벽과 저녁 사역이 반복되다 보니 가장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원로목회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는 “신학대부터 교회와 총회 등이 모두 힘든 게 근본 이유라면 이유”라면서 “교회에서 자면서 밤낮없이 사역했던 과거 경험이 기준이 돼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직장인과 같은 여유를 기대하는 것도 곤란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변화한 시대에서 담임이든 부목사든 부르심에 걸맞은 사역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데서 조화로운 동역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사역이란 하나님이 세우신 자리입니다. 정답은 없으니 우선 서로의 사정을 살피고 서로를 동역자로 세우는 마음가짐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요.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