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이 떨어진 줄 알았어요. 굉음과 함께 건물이 무너지고 불기둥이 솟아올랐습니다.”
17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풍세면 이랜드패션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만난 의용소방대원 조희준(52) 씨는 긴박했던 화재 상황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5일 오전 6시8분쯤 건물 4층에서 시작된 불은 화재 발생 60시간 만인 이날 오후 6시11분쯤 완전히 꺼졌다.
소방 당국은 화재 발생 9시간30여분 만인 당일 오후 3시30분쯤 큰 불길을 잡았지만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쌓인 의류와 신발이 불쏘시개 역할을 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물류센터 주 출입구와 남측에 배치된 굴절 사다리차 4대가 쉴 새 없이 물을 쏘았지만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건물 내부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업무 시작 전 일어난 사고여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건물 대부분이 불에 타고 골조가 크게 손상돼 일부가 붕괴됐다. 소방 당국은 중장비를 동원해 건물을 해체하며 분당 최대 7만5000ℓ의 물을 투입해 잔불 정리에 총력을 기울였다.
물류센터 일대는 건물에서 새어 나오는 연기로 뒤덮여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했다. 건물 외벽을 이루고 있던 샌드위치 패널은 검게 그을린 채 휘어져 있었고, 일부는 방수포의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보행로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주 출입구가 있던 건물 서쪽은 무너져 내려 앙상한 철근 구조물과 패널들을 그대로 드러냈다.
물류센터 인근에서 만난 한 이랜드패션 직원은 잿더미가 된 건물을 올려다보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직원 A씨는 “지난주 금요일까지 출근해서 일 잘하고 퇴근했는데 다음날 바로 불이 났다고 해서 너무 놀랐다”며 “5년간 일했던 직장이 하루아침에 사라져서 허탈하다”고 토로했다.
소방 당국은 헬기 10여대, 무인파괴방수차, 대용량방사포시스템 등 첨단 장비를 동원해 건물 철근 구조물을 파헤치고 물을 뿌리며 진화 작업에 나섰다. 구조물이 불길에 오랫동안 노출돼 붕괴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지하층 침하 우려도 있었지만 완전 진화에 성공했다.
불은 꺼졌지만 인근 주민들은 샌드위치 패널 등이 타며 발생한 연기와 매캐한 냄새 탓에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불이 난 센터 반경 1㎞ 내에 위치한 3200세대 규모의 아파트 주민들은 사흘째 창문도 열지 못한 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아파트 주민 B씨는 “물류센터 꼭대기에서 불이 나 타들어 가는 게 아파트 베란다에서 다 보이더라”며 “‘창문을 열지 말라’는 아파트 안내 방송이 나왔던 지난 토요일 아침부터 지금까지 환기를 시키지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7월 준공된 이랜드 패션 물류센터는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19만3210㎡ 규모로 축구장 27개 넓이에 달한다. 하루 최대 5만 상자, 연간 400만∼500만 상자를 처리하는 국내 최대 물류 시설로 10개 브랜드 의류 1100만여점이 보관돼 있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천안=글·사진 김성준 기자 ks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