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락한 디지털 경쟁력, 인재 육성 없인 ‘AI 3대 강국’ 없다

입력 2025-11-18 01:20
지난 5월 2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K-온디바이스 AI반도체 협력포럼'에 AI 반도체가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IT 강국 대한민국의 디지털 경쟁력에 구멍이 뚫렸다.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25 세계 디지털 경쟁력 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15위로 4년 만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2022년 8위에서 2023·2024년 6위로 약진했다가 한 해 만에 9계단이나 미끄러졌다. 추락의 가장 큰 요인이 인재 부문 경쟁력이라는 사실이 더 걱정스럽다. 변변찮은 천연자원 하나 없는 한국의 경제를 밑바닥에서 10대 강국으로 끌어올린 게 인재 육성이었다는 점에서 디지털 인재 경쟁력 미흡은 미래 인공지능(AI) 시대에 잿빛 안개를 드리울 수밖에 없다.

세계 디지털 경쟁력 순위는 미래준비도, 기술, 지식 등 3개 분야 9개 부문 61개 지표로 평가된다. 한국은 인재 부문 경쟁력 순위가 지난해보다 30계단이나 내려간 49위였다. 인재 부문 지표 중 ‘국제 경험’, ‘디지털 기술 능력’, ‘해외 우수 인재’가 각각 58, 59, 61위로 평가 대상 69개국 중 최하위권이었다. 순위는 단기적 처방으로 창의성·문제해결 능력 등 미래 세대의 AI 핵심 역량이 떨어지고 경직된 시스템으로 해외 인재 유치가 어려운 우리의 현실을 정확히 보여준다. 규제 부문(38위)도 전년보다 20계단 하락함으로써 정부 정책이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일깨웠다. AI 인재 양성의 필요성은 어제오늘 제기된 게 아니지만 국제 평가기관의 냉혹한 성적표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인재 문제로 이미 산업 경쟁력에는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17일 한국경제인협회 조사 결과 5년 후 반도체, 바이오 등 우리의 10대 수출 주력 업종 모두 중국에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주된 이유 중 하나가 ‘AI 등 핵심기술인력 부족’이었다. 취약점이 부각된 만큼 속도를 내 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의 AI 교육, 국내외 석박사 고급 인력 활용을 위한 재정, 세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신산업 규제를 확 풀어 기업이 인력 충원과 경쟁력 강화에 올인하도록 하는 것도 시급하다. 정부가 ‘AI 3대 강국’을 외치고 AI 산업의 핵심인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확보했다고 환호해도 인재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겠나.